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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항 5대 미스터리 / '아파트 은신' 파악시점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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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항 5대 미스터리 / '아파트 은신' 파악시점 의문

입력
2001.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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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비리의 '몸통'박노항 원사가 3년 내내 서울 동부이촌동 현대아파트에서 은신한 사실이 26일 밝혀지면서 도피지원세력 실체, 수사기관의 인지 시점 등을 둘러싸고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박은 또 은신중 수차례 지인들을 만난 것으로 드러났으나 병역비리 사건이나 배후세력 등 '핵심사안'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 '박노항 미스터리'가 불거지고 있다.

▲ 3년 같은 아파트 생활, 몰랐나

박 원사는 병역비리 사건으로 수배된 이틀 뒤인 1998년 5월27일부터 국방부 청사에서 차로 10분거리인 동부이촌동 아파트에 은신해왔다.

누나는 월평균 1~2차례 들러 음식을 해주거나 각종 공과금을 처리해 준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때문에 누나 등 가족들을 3년여동안 추적해 온 병역비리 합동수사반이 최근까지도 박의 '아파트 생활'을 눈치채지도 못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검찰 관계자는 "(누나가) 전화통화시 말도 극히 아끼는 등 추적을 교묘히 따돌렸고,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한시도 쉬지않고 감시하기란 불가능했다"고 해명했다. 또 박은 자신명의의 수배차량을 3년동안 버젓이 타고 국방부 일대를 돌아다닌 것으로 드러나 의문을 더하고 있다.

▲ 도피중 만난 인물은 누구

박 원사는 도피중 2차례 주변 인물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군검찰에 따르면 박은 도피 직후인 98년 7월 서울 S호텔에서 중년의 남자를 만났으나, 신원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군검찰 관계자는 "친구 관계 비슷한 동료였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근안 전 경감의 경우처럼 전ㆍ현직 군 수사관들이 박 원사의 도피를 도왔을 가능성이 있다.

▲ 챙긴 돈은 어디에

박은 병역비리 사건 100여건에 수십억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은 아파트 전세금으로 1억원을 쓰고 현금과 수표 6,800만원을 갖고 있었다.

또 코스닥 등록주식에 투자해 1억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박 원사는 100을 받으면 80을 쓰는 방법으로 주변의 인심을 모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박 원사가 병역비리를 눈감아주는 등의 대가로 '상부'에 막대한 돈을 상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입을 열지 않는 까닭은.

국방부 검찰단은 박 원사가 25일 밤 늦게부터야 조금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 은신생활과 관련자들이 이미 처벌된 병역비리 사건 등 곁가지 뿐이다.

군검찰 주변에서는 27년 경력의 베테랑 군 수사관 출신인 박 원사의 침묵이 비호세력에게 자신의 처벌 완화 등을 요구하는 '무언의 구명 메시지'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왜 동부이촌동 아파트였나

동부이촌동 주변 아파트에는 현역 군장성 등 고급 장교들이 거주하고 있다.특히 박이 은신한 아파트 같은 동에 한미연합사 장성 관사 2채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육군본부 병무청 등에서 오래 근무한 박이 국방부 주변에 이 같은 관사가 많다는 사실을 모를리 없다.그런 그가 발각의 위험을 감내하면서까지 동부이촌동 아파트를 직접 선택했다.누군가로부터 수사 관련 정보를 얻거나 비호세력과 접촉하기 위해서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황상진기자

april@hk.co.kr

■박노항수사 이모저모

박노항 원사는 도피기간 중 건강관리 등에 상당한 '투자'를 하면서도 아파트관리비 조차 누나가 내도록 하는 등 '구두쇠'생활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군검찰 조사결과 박 원사는 은신기간 중 습도 유지를 위해 방안에 늘 젖은 수건을 걸어놓았는가 하면, 각종 약과 영양제를 복용하고 매일 계획을 세워 손비비기, 단전호흡, 지압, 마사지 등을 해 왔다. 대형 음료수병에 물을 담아 아령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도피 초기에는 매일 오전 4시30분께 한강 둔치에 나가 새벽운동까지 했고, 지난해 초부터 모아둔 신문의 건강면은 따로 스크랩까지 해 둘 정도로 건강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수사관계자는 "불안을 해소하는 동시에 장기간 도피를 위해 몸 만들기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군 검찰이 밝힌 박 원사의 도피자금 규모는 모두 1억7,000만원선. 이 가운데 1억원은 전세자금으로 썼고, 나머지 수표 6,000만원과 현금 800만원은 싱크대 밑에 숨겨 두는 등 집안 곳곳에서 분산보관해 왔다.

박 원사는 그러나 '돈이 없다'며 아파트 관리비조차 모두 누나가 내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관계자는 "박 원사의 누나가 '나마저 속이다니 배신당한 느낌'이라고 괘씸해 했다"고 전했다.

○.박 원사가 '30년 수사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넘겨짚기' '잡아떼기' 등 대응술에 능하고 철저한 건강관리로 '체력' 또한 뛰어나 수사당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10여가지 물증을 들이대면 고작 한두가지만 인정하고 입을 다물어 그가 '머리 위에 올라앉은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박 원사의 아파트에서 발견된 '가비앙' 전자수첩은 그가 도피 중 배터리 교환과정에 방전되면서 명단과 연락처가 모두 지워져 수사당국이 복원에 애를 먹고 있다.

전자수첩에는 박 원사가 투자자금을 돌려받기 위해 입력한 환경업체 Y사 사장 L(여)씨의 이름과 연락처만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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