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 오키드룸에서는 현대건설을 기반으로 국내 최대그룹을 일궈낸 고 정주영(鄭周永) 전현대명예회장의 추모 세미나가 열렸다.세미나 주제 발표자들은 한국경제의 상징적 존재인 정씨의 신화적인 업적과 정신을 아산정신(Asanism), 정주영주의(Chung Juyongism) 등으로 격상시켰다.
같은 날 오전 서울시내 다른 호텔에서는 출자전환이후 현대건설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기 위한 채권단 관계자들의 모임이 있었다.
채권단의 선택은 심현영(深鉉榮) 현대엔지니어링플라스틱 사장이었다. 두 행사가 같은 날 있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채권단이 심사장에게 위기에 처한 현대건설의 조타수를 맡긴 것은 다름 아닌 정주영의 불굴의 정신을 되살려 현대건설을 다시금 도약 시켜달라는 주문일 것이다.
현대건설은 유동성위기가 심화됐던 지난해 하반기 이후 '체력'과 '정신력'이 극도로 저하되어있다.
정신적 지주격이던 창업주 정주영 명예회장 마저 한달 전에 세상을 뜬데다 출자전환이 결정되면서 임직원들은 심한 정체성 위기에 빠져있고 앞장서 회사를 챙기는 인물도 없다.
출자전환이후 현대건설은 '주인'없는 회사가 된다. 오로지 최고경영자의 능력과 책임, 리더십에 따라 국가경제의 운명과도 직결돼 있는 현대건설의 회생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심사장에게 이렇게 버거운 짐을 지운다면 이제부터 채권단이나 정부, 그리고 현대그룹이 해야 할 일은 심사장에게 경영의 전권을 맡겨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마당을 깔아주는 것이다.
과거 채권단과 정부, 최고경영자의 갈등으로 회사가 더욱 어려움에 처한 사례는 적지않기 때문이다.
심사장 역시 채권단의 간섭을 우려, 4 ~ 5차례 사장직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어려울수록 최고경영자의 소신이 필요하다. 현대건설이 그런 상황이다.
경제부 조재우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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