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종국엔 하나의 종착점으로 이어지는 여러 갈래의 길이다. 결국 공통의 목적지에 도달하거늘, 각양 각색의 길을 밟으면 좀 어떠한가."인도의 성자 마하트마 간디는 "이 세상에는 사람 수만큼이나 많은 종교가 존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말한 것은 바로 '관용'이다.
타인의 고유성에 대한 인식, 나의 영혼이 추구하는 바가 동시에 다른 이의 영혼과도 연결되어 있음을 존중하는 의식이야말로 종교의 본질인지 모른다.
'세계를 움직이는 3대 성인'(최원선 옮김)은 붓다와 마호메트, 예수의 삶과 사상의 현장을 더듬어봄으로써 이 위대한 관용의 정신을 21세기에 되살려보려 한다.
최근 한국에도 책으로 소개돼 화제를 모았던 다큐멘터리 '역사의 비밀'을 제작한 독일 ZDF방송의 종교사 다큐멘터리를 책에 담았다.
다큐를 제작한 한스 크리스티안 후프(45)의 말에서 ZDF가 지금 세계 3대 종교 성인의 자취를 더듬어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종교는 전체 역사를 통틀어 인류의 지주(支柱)이자 동시에 재앙이었다. 붓다, 마호메트, 예수는 어떤 왕이나 황제보다도 세계의 흐름을 크게 변화시킨 이들이다.
그들은 혁명가였다." 독일의 방송팀은 신화 혹은 역사로 묻혀있는 세계 3대 종교의 기원을 살펴봄으로써, 21세기의 인류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 한다
서구에서도 신자가 점점 늘어나 세계적으로 3억4,000만명의 신도를 가진 불교의 창시자 고타마 싯다르타(기원전 560~480?), 중동 중심의 신국에 10억 이상의 신도를 가진 이슬람교의 창시자 마호메트(서기 570~632?), 전세계 18억 신도를 가진 기독교의 예수(기원전 7~서기30?)의 생애를 ZDF팀은 출생지부터 샅샅이 훑고 더듬었다.
현장과 현재까지도 속속 발굴되는 관련자료, 그리고 3대 성인의 생애를 둘러싼 의문을 하나하나 제시하면서 다큐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듯 답을 찾아가는 길이다.
붓다는 기원전 563년에 태어나 483년에 입멸(入滅)했다는 설이 지배적이었으나 최근 제기된 기원전 4세기설도 논의된다.
노아와 모세, 아브라함을 섬기는 유대교를 자신의 편이라 생각했던 마호메트의 사상도 흥미롭다. 예수의 생애에 대해서는 1998년 북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전시돼 세계적 관심을 일으켰던 성해포(聖骸布)를 둘러싼 논쟁까지 정리했다.
신약성서 전 27권의 원문이 실종된 상황에서 현 성경이 과연 참된 원구(原句)라고 믿을 수 있는가 하는 원전비판에서부터 방송의 현장성, 심층 취재 등이 읽는 이를 인류사의 미궁으로 강력히 끌고 들어간다.
한 편의 다큐 시리즈에 3대 성인의 생애와 후대에의 영향을 모두 담을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일, ZDF팀은 세 성인에 대한 접근방법을 각각 달리 함으로써 그 맹점을 극복하고 있다.
붓다의 경우에는 출생과 성장, 입멸에 이르기까지의 생애를 치밀하게 쫓았다. 마치 곁에서 붓다를 관찰하고 있는 것처럼 그의 말과 행동이 자연스럽게 녹아있어 불교가 일반 대중에 파고 들 수밖에 없었던 필연이 드러난다.
마호메트는 다르다. '호전적 신(神)의 예언자'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슬람교를 전파하기 위해 치른 숱한 전쟁과 그 과정이 큰 줄기를 이룬다.
인류 역사상의 싸움과 화해, 새로운 도발의 역정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읽힌다. 예수의 경우 그의 생애를 둘러싼 의문을 잇달아 제시하면서 독자에게 수수께끼를 던진다. 이 과정에 기독교의 실체가 역설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모든 훌륭한 저작의 장점은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자리의 성찰에 있다. 이 책의 결론도 그렇다. "미래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간의 대화, 환경에 대한 이해와 이를 위한 단결, 땅의 미래와 누구에게나 평등한 세계 윤리의 발전을 위한 '책임 원칙'을 수용하는 것뿐이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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