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 앤 프린세스(Prologue des Princes et Princesses)' 는 놀랍다. 우리가 가진 애니메이션에 대한 편견들을 모조리 깬다.애니메이션은 디즈니와 일본이 최고이며, 첨단 테크놀로지 일수록 좋다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인가.
또 실루엣(그림자) 애니메이션이란 것이 단조롭고 어둡고 칙칙하다는 선입견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인가. 애니메이션의 상상력이란 아름다운 동화나 환상적인 이야기란 정의는 누가 내린 걸까.
'키리쿠와 마녀' 로 첫 선을 보인 프랑스 미셀 오슬로 감독. 그는 애니메이션이 담을수 없는 것은 없으며, 애니메이션이야말로 얼마나 아름답고 기발하고 유쾌하며 상상력의 자유가 넘치는지 '프린스 앤 프린세스'로 보여준다.
짤막짤막한 그의 이야기에는 재치가 넘치며, 저 멀리 이집트의 신화부터 19세기 일본의 노파 이야기까지 곳곳에 유머와 지혜와 사랑이 스며있다.
그가 그려낸 실루엣은 이집트 벽화처럼 정교하고, 일본의 정원처럼 깔끔하며, 프랑스의 만화처럼 코믹하다.
세 명의 등장인물은 세계 곳곳의 설화를 바탕으로 인물을 설정하고, 스토리를 구상해 만능 컴퓨터에 집어넣고는 자신들이 주인공이 돼 이야기를 펼친다. "상상의 나래를 펴고 꿈 같은 영화를 만든다" 는 그들의 말이 전혀 거짓이 아니다.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잃어버려 마법에 걸린 공주와 그녀를 구하겠다고 나선 겁 많은 왕자의 이야기는 생명을 소중히 하는 착한 마음이 아름답고, 스릴과 유머가 섞인 파라오 시대 여왕과 무화과 소녀의 이야기는 정직한 마음을 소중히 여긴다.
그리고는 프랑스로 가서 공주를 얻기 위해 마녀가 있는 성을 공격한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성을 공략하려는 군대와 그것을 기발한 방법으로 막아내는 마녀성의 요술이 상상을 초월하는 웃음으로 지나가면 영화는 환상적인 마녀 성에서 사랑이야말로 이 세상 모든 것의 문을 열게 한다고 말한다.
'프린스 앤 프린세스' 는 일본 수묵화에서 풍경과 인물을 따오고, 노파와 도둑의 에피소드로 그 풍경들을 형형색색색으로 드러낸다.
최첨단 레이더와 레이저 무기로 남자들을 무자비하게 없애 버리는 잔인한 여왕조차 관객을 즐겁게 하고, 노래하는 새 모습으로 위장한 남자의 사랑이 그녀를 아름답고 착한 여자로 만든다.
처음부터 마지막 공주와 왕자가 키스로 수많은 동물로 변하다 마침내 공주와 왕자로 서로 성이 바뀌는 해프닝까지 사랑을 주제로 한 '프린스 앤 프린세스' 는 곳곳에 감독의 유머와 재치와 아름다움과 따뜻함이 살아 움직인다.
중간에 감독이 1분간 휴식 시간을 주고, 관객들에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세요"라고 말하는 것까지 앙증맞다. 5월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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