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6일 박노항(朴魯恒)씨 검거가 모종의 시나리오에 의해 이뤄졌을 가능성을 거론하며 정치적 배후 의혹을 제기했다.정형근(鄭亨根) 제1 정조위원장은 이날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3개월 전 정부의 한 핵심 책임자로부터 '박씨를 당장 검거할 수 있다. 박씨가 탄원서를 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면서 "왜 하필 이 시점에 검거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여권이 정치일정을 원하는 방향으로 처리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준비했고, 5월 사정도 이 안에 포함된 메뉴로 알고 있다"면서 "박씨 검거는 이 같은 수순의 하나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회의 뒤 전화통화에서 "여권이 정치인들의 명단을 흘리는 식으로 야당 흠집내기를 시도할 개연성이 충분하다"면서 "이미 수사당국의 자체 조사에 의해 병무비리와 전혀 무관한 것으로 판명됐는데도 내 보좌관이 사건에 연루된 것처럼 일부 신문에 보도되고 있는 것 역시 이 같은 장난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짚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어째서 여권이 궁지에 몰릴 때마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일이 터지는가"라면서 "대우차노조 폭력진압, 공교육 붕괴, 경제파탄 등 지금 현재 펼쳐지고 있는 정권의 위기를 박노항 사건 조작을 통해 호도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도피자와 범법자의 비호정당이 아니라면 검거시기를 놓고 왈가왈부할 일이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는 "병역비리는 국민적 공분의 대상으로 이번에 철저한 수사를 통해 비리를 뿌리 뽑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신성한 병역의무를 악용, 각종 비리를 일으킨 박씨가 뒤늦게라도 검거된 것은 참으로 다행"이라며 "그런데도 한나라당이 이를 환영하지는 못할 망정 정치적 악용 운운하며 시비를 거는 데 대해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5월로 검찰총장 임기가 끝나 검찰수뇌부 재편이 예정된 상황에서 무슨 5월 사정이냐"면서 "한나라당이 제발 저리는 식으로 얼토당토 않은 주장을 펴고 있다"고 비난했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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