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채를 잡은 지 6년째인 C는 동반자들로부터 자주 이런 말을 들었다. "한 3개월만 집중연습을 하면 쉽게 싱글로 들어가고 언더파 플레이도 가능할텐데요." 좋은 체격에 파워풀한 스윙과 비거리를 갖춘 그와 라운드 해본 사람은 그가 왜 90대 중반에 머물고 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잘 맞은 C의 드라이버샷이나 아이언샷은 프로골퍼를 방불케 할 정도인데도 점수가 고르지 않아 결국 스코어는 90대 후반에 머물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라운드를 끝낸 뒤 맥주잔을 부딪히며 털어놓는 그의 변을 들어보면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골프를 치다 보니 스코어보다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좋은 사람들과 라운드하며 얘기를 나누고 라운드를 끝낸 뒤 클럽하우스에서 긴장을 털고 맥주잔을 부딪히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구요.
저도 스코어를 줄여볼 생각이 없지 않았지만 많은 골퍼들이 스코어를 매달려 기분을 상하고 그 영향이 동반자에게까지 미치는 것을 자주 접하다 보니 괜히 스코어에 집착하다간 좋은 기분을 망치겠구나 싶어 그냥 내 방식대로 하기로 했습니다.
" 정보통신분야 사업을 하고 있는 그는 연습에 몰두할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스코어를 낮추기 위해 연습에 매달리다 보면 사업을 소홀히 해 이것도 저것도 놓치지 않을까도 걱정되었다고 한다.
사업이 비교적 성공적인 궤도를 가고 있는 것도 자기식대로 적당히 골프를 즐기며 일을 소홀히 하지 않은 탓이라고 믿고 있다.
"좋은 날씨에, 좋은 자연 환경 속에서, 좋은 사람들과 라운드 하는데 스코어 때문에 불쾌해질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물론 골프를 잘 치면 더 좋겠지만 자칫 지나치게 스코어에 집착하다 보면 스코어를 더 줄이려고 할테고 그러면 필경 골프의 노예가 되지 않겠습니까. 골프가 좋으면 즐기면 되었지 노예가 될 필요는 없다고 봐요."
C의 변을 듣고 나면 싱글골퍼라도 자기 스코어에만 매달려 18홀을 돈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골퍼에게 낮은 스코어는 분명 추구해야 할 목표다. 그러나 낮은 스코어가 좋기는 하지만 반드시 즐거움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신기록을 추구하는 골퍼는 자신도 모르게 스코어의 노예가 되어 그물 속에 갇혀 허우적거리기 쉽다. 스코어의 스트레스를 극복할 만한 근면성과 인내심이 없다면 차라리 스코어의 그물을 찢어버리고 나름대로 골프를 즐기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스코어로부터 자유로운 골퍼 또한 멋진 골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마치 허공을 나는 새가 아무리 날아도 걸림이 없는 것처럼, 이 세상에 대한 집착 없으니 다시는 거짓된 집착에 얽매이지 않는다. 마음이 비어 근심이 없으면 이미 열반에 다다랐나니.'(법구경 중에서)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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