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내로라 하는 미국 상류사회에서도 밴더빌트가(家)는 알아주는 가문이다. 가문의 중시조 격인 코넬리어스 밴더빌트는 오늘날 미국 부호의 효시다.장군 출신인 그는 서부개척시대 군 수송 이권으로 한밑천을 잡아 철도와 증기선 사업으로 거부가 됐다.
원주민의 토지를 총칼로 빼앗을 정도로 방약 무도했던 '도둑귀족'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거대한 부의 피라미드를 세운 그가 1877년 사망하면서 남긴 유산은 1억달러로 당시로 사상 최대 규모였다.
■그러나 밴더빌트의 이 기록도 수십년 후 결국 깨지고 만다. 미국 갑부들의 필독 잡지 '아메리칸 헤리티지'가 재작년 미 역사상 부자 순위를 뽑아보았다.
1998년 현재 시가로 통일해 보니 역대 최고 부자는 존 D 록펠러(1,896억달러)였다. 다음으로 철강왕 카네기, 밴더빌트, 호텔왕 에스터가 차례로 반열에 올랐다. 당시 조사에서 현 세대로 유일하게 5위권에 들어 욱일승천의 기염을 토했던 인물이 빌 게이츠다.
■그런 게이츠가 당대 순위에서마저 밀려나고 있다. 1995년 이래 줄곧 현존하는 세계갑부 순위에서 1위를 지켜온 그의 철벽 아성이 깨졌다.
엊그제 영국 선데이 타임스 집계에 따르면 게이츠는 미국 유통재벌 월마트사의 월튼 회장에게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내려앉았다 한다.
지난해 한때 120달러까지 치솟았던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주가가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20세기 석유왕 록펠러가 세운 난공불락의 대기록이 21세기 IT(정보통신)제왕 게이츠에 의해 깨진다며 카운트다운까지 셌던 게 불과 1년 전 일이다.
그렇게 폭발적이었던 신경제 열기가 꺼져 이제 높은 산 만큼이나 깊은 골에서 바닥을 기고 있다. 대지진 뒤에는 반드시 여진이 따른다는 자연 법칙이 들어맞을지, 아니면 신기루처럼 영영 사라져 버린 것인지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송태권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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