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최근 대 중국 관계의 최대 현안인 이지스 미사일 시스템의 대만 판매를 보류, 양국간 긴장 수위가 일단 낮아질 전망이다.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대만이 요청한 이지스 시스템 장착 구축함의 판매를 거부하고, 대신 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키드급 구축함 4척 등 다른 무기들을 제공키로 결정했다고 23일 미 언론들이 백악관 관리들을 인용, 보도했다.
미국이 대만에 제공키로 한 무기 중에는 최대 8척의 디젤잠수함, 12대의 P-3C 대잠수함 초계기, 자주포 등이 포함돼있으며, 패트리어트 요격 체제인 PAC-3 관련 기술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 같은 결정을 24일 국방부를 방문하는 대만 대표단에 공식 통보할 예정이다.
중국은 이날 외교부 성명을 통해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를 비난했다. 그러나 미국이 이지스 시스템을 대만에 제공할 경우 대만을 겨냥해 배치한 300기의 탄도미사일 등 공격력이 무력화될 것을 우려해온 중국으로서는 이번 보류 결정으로 한 시름을 놓게 됐다.
이지스 시스템은 미사일과 항공기, 함정 등 수 십 곳의 적을 한꺼번에 탐지, 공격하는 최첨단 무기 시스템이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중국이 대만을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계속 증강 배치할 경우 1~2년 내에 이지스 시스템 판매 문제를 다시 고려할 것이라고 백악관 보좌진들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져 이 문제는 언젠가 재연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부시 행정부가 이지스 시스템 판매를 보류한 데는 무엇보다 이 시스템이 양안간의 군사력 균형을 현저하게 깨트릴 수 있다는 판단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백악관의 한 고위관리는 "최근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의해 깨진 양안간 균형을 복구하기 위해 대만의 군사력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했다"면서 "이번 무기 판매 목록은 '균형'을 잡는 것이며 중국측이 두려워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또 정찰기 충돌사고, 미국 국적 학자 억류, 인권 문제 등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이지스 시스템 판매가 양국 관계를 크게 손상시킬 것이라고 경고하며 완강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한 중국과 이 무기의 구입을 요청한 대만 사이에서 양국 입장을 절충한 것이기도 하다.
또 부시 행정부는 이지스함 판매를 지지한 공화당내의 강경파와 군수산업계, 대중 무역관계 악화를 우려해 반대 입장을 보인 온건파와 무역업계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취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번 결정은 정찰기사건 후 부시 행정부가 중국을 향해 취한 첫 구체적 조치로 그 동안 긴장됐던 미중 관계가 다소 진정된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키드급 구축함은
1970년대 미국이 이란의 팔레비 왕정을 지원하기 위해 건조했으나 1979년 왕정이 붕괴하자 인도하지 않고 미 해군에 배치한 구축함이다. '아야툴라급'으로도 불리며,당시 7,289톤급(경무장)으로 4척이 건조됐으나 1998년 일선 전투임무에서 일제히 퇴역했다.
그러나 데니스 블레어 미태평야함대 사령관은 지난달 의회에서 이 구축함이 아직도 충분한 사용연한을 갖추고 있다고 증언했다.
기능은 버지니아급 핵 순양함의 전투시스템과 스프루언스급 구축함을 결합한 형태로 육해공 동시다발 공격 능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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