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최연소자이며 약체파벌 소속인 고이즈미 준이치로(59ㆍ小泉純一郞) 전 후생장관이 당선된 것은 일본인들이 얼마나 변화를 갈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자민당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예비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그는 24일 중ㆍ참의원 의원을 상대로 한 본선거에서 후보를 사퇴한 가메이 시즈카 자민당 전 정조회장의 지지를 받아 하시모토 류타로 후보를 물리쳤다.
26일 국회에서 그가 새 총리로 선출되면 일본에는 처음으로 사실상의 전후세대 지도체제가 성립된다.
일본의 선택은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리는 장기불황 타개책을 찾고, 오랜 밀실정치 파벌정치의 타파를 갈구하는 민심의 작용이다.
보수적인 자민당원들이 파벌에서 탈퇴해 "고통이 따르는 구조개혁만이 일본의 살길"이라고 외친 고이즈미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것은 50년 파벌정치와 정경유착에 대한 염증과 불신의 분출이었다.
이런 염원을 의식한 탓인지 그는 총재로 정식 선출되기 전부터 긴급 경제대책을 수립하고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국가전략본부를 구성키로 결정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의 성격이 조화와 융합과 거리가 멀고 이상론에 치우친다는 결점을 들어 단명총리에 그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일본 국내 반응은 긍정적인 것 같다.
그러나 국제적으로는 환영보다는 우려의 색조가 짙은 것이 사실이다. 개혁성향에도 불구하고 신보수주의로 분류되는 그의 우익성향 때문에 동아시아 여러 나라들은 미국의 보수주의 노선과 연계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는 벌써부터 미일 동맹을 외교 안보의 축으로 삼는다는 정책기조를 밝히면서도 이웃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특히 우리와는 아무 인연이 없는 그의 한반도 정책이 큰 관심사다. 얼마 전 우리 외교관과 만난 자리에서 거리낌없이 "김치를 아주 싫어한다"고 말했다는 에피소드가 말해 주듯, 그의 외교적 소양과 한국관은 검증된 바가 없어 더욱 불안해진다.
특히 왜곡 역사교과서 재검정 요구에 관해서는 내정간섭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고, 총리가 되면 야스쿠니 신사를 공식 참배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저항감을 자극한 바 있다.
집단 자위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자위대 강화론, 자위대 활동을 통한 일본의 국제사회 역할 증대론 등 우익 편향적인 그의 가치관이 외교문제로 비화하는 것을 원하는 나라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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