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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엘베의 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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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엘베의 맹세

입력
2001.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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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4월25일 오후 4시40분 독일 엘베강 중류 토르가우의 한 다리 위에서 미군과 소련군이 만났다.노르망디 상륙 작전 이후 서쪽으로부터 독일군을 밀어붙이던 미군과 스탈린그라드 전투 이후 동쪽으로부터 독일군을 밀쳐내던 소련군이 이 날 감격적으로 해후한 것이다. 독일의 무조건 항복으로 유럽에서 포연이 멎은 것은 그보다 두 주 뒤인 5월7일이지만, 이날 미소 양군의 만남으로 연합군의 승리와 독일의 분단은 기정 사실이 되었다.

소련군은 45년 1월에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 입성했고, 2월에는 독일과 폴란드의 국경인 오데르강과 나이세강에 도달했다. 미군은 45년 3월에 독일 서부의 쾰른을 점령하고 라인강을 건너 서진 중이었다.

길이 1,154km의 엘베강은 중부 유럽을 북류해 북해로 흘러 든다. 유역의 1/3은 체코에 속한다. 체코에서는 이 강을 라베강이라고 부른다.

엘베강에서 만난 미소 병사들은 서로 얼싸안고 승리를 확인하며 평화의 수호를 맹세했다.

이것을 '엘베의 맹세'라고 부른다. 그 현장에 있던 군인들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해마다 이 날이면 토르가우에 모여 우의를 다졌다. 물론 그들의 우의는 냉전으로 빛이 바랬다. 파시스트에 대한 전쟁이 승리로 끝나자, 미국과 소련은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세계의 지배권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했다.

그 두 나라는 한국에서, 쿠바에서, 베트남에서, 캄보디아에서, 중동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맞부딪쳤다.

50년대의 니키타 흐루시초프는 자신이 싫어하던 루카치의 말을 흉내내 가장 좋은 자본주의 사회도 가장 나쁜 공산주의 사회만 못하다고 못박았다. 80년대의 로널드 레이건에게 소련은 악의 제국이었다. 이제 소련은 없다. 최종적이든 잠정적이든, 승리는 미국에게 돌아갔다.

고종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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