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고미술협회 임원들과 사찰 주지, 병원 간부, 현직 경찰관 등이 포함된 사상 최대 규모의 국ㆍ보물급 문화재 밀매사범들이 검찰에 적발됐다.(본보 3월13일 27면, 3월20일 31면 보도)서울지검 형사7부(이한성 부장검사)는 24일 전국 사찰의 불상안에 보관된 복장(腹藏) 유물 1,000여점을 훔쳐 밀거래해 온 문화재 밀매사범 36명을 적발, 24명을 특수절도 및 장물취득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구속자는 전 고미술협회 회장 공모(53)씨와 문화재 전문절도범 추모(61), 서모(40)씨, 전북 완주 송광사 주지 한모(46)씨, 현직 경찰관 손모(40)씨 등이다.
검찰은 이들로부터 고려중기의 희귀 목판인쇄본인 대방광불화엄경과 조선 선조때 간행된 용비어천가 판본 7권, 천태종의 근본경전으로 안평대군(조선 세종의 3남)의 발문이 실린 묘법연화경, 조선 세조때 간행돼 한글연구에 중요자료인 능엄경언해본, 팔만대장경을 보관하는 해인사 판당고 중수발원문 등 시가 총액 수십억원대의 국ㆍ보물급 문화재를 압수했다.
검찰에 따르면 추씨 등 전문털이범들은 1998년 8월부터 서울 봉원사 등 전국 사찰 10여곳을 돌며 불상 밑을 뜯고 안에 들어가 불경 등 문화재를 훔쳐내 공씨를 비롯한 화랑 및 골동품점 대표 및 개인 수집가들에게 팔아온 혐의다.
대구 K병원 내과과장 김모(51ㆍ불구속)씨는 이들 훔친 문화재들로 개인 전시회를 열거나 학자들에게 연구자료로 제공하기도 했다.
또 일본 도피 중인 전 부산 고미술협회장 조모(60)씨는 입수한 익안대군(조선 태조의 3남) 영정의 장물 흔적을 없애기 위해 일본으로 밀반출한 뒤 정상 구입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해 다시 국내로 들여오는 '문화재 세탁'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사찰들이 불경스럽다는 이유로 복장 유물의 실태를 파악하지 않아 도난 품목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며 "불교계의 협조와 함께 국가차원의 보관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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