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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의 일본 / (中)개혁의 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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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의 일본 / (中)개혁의 허실

입력
2001.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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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일본 총리로 선출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朗) 자민당 총재의 앞길에는 많은 난제가 가로놓여 있다. 이 과제들은 그에게 승리를 가져다준 국민과 당원의 '바꿔' 열기를 얼마나 소화해낼 수 있느냐는 말로 요약된다.일본언론들이 산사태라고 표현한 예비선거의 압승은 10여년 지속된 장기 불황에서 비롯한 무력감이 자민당의 파벌 지배에 대한 반발로 일시에 분출한 결과다. 그는 발본적 구조개혁과 파벌정치 타파를 공약해 표심(票心)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약속을 실행하지 못하면 불만과 반발이 다시 터져나와 그마저 쓸어내릴지 모른다.

당내 제2파벌인 모리(森)파의 회장인 그는 선거전술로 파벌 파괴를 들고 나와 파벌정치의 본산인 하시모토(橋本)파를 이겼다.

반면 선거전에선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전 정조회장,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전 간사장과 연대했으며 24일의 본선 투표에선 에토ㆍ가메이(江藤ㆍ龜井)파의 지지를 얻어 파벌 탈피에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손을 잡은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전 정조회장은 선거전에서 '파벌 불가피론'을 강조한 적이 있어 탈파벌 의지를 상징적으로 희석시키고 있다.

당직ㆍ각료 인선에서 그는 파벌 안배 관행를 버리고 거당적으로 참신하고 능력있는 사람을 쓰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거당적 인선'은 자칫 과거의 파벌 안배와 하등 다를 바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벌써 야마사키 전 정조회장과 가메이 전 정조회장의 당직, 승리의 기폭제가 된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의원의 관방장관 선임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논공행상 관례의 답습이다.

또 다른 시금석은 최초의 패배를 당한 하시모토파와의 관계 설정이다. 인사에서 배제할 경우 보복이 우려되고, 배려하면 파벌 안배가 되는 딜레마를 맞았다. 당원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을 뿐 당내에서 여전히 소수파인 그로서는 기존 파벌과의 제휴가 불가피하다. 제휴를 못하면 이름뿐인 당총재ㆍ총리가 돼야 한다.

싫으면 중의원을 해산하고 7월 참의원 선거와 동시에 총선을 치러 국민에게 신임을 물어야 하지만 위험 부담이 크다.

이와함께 신경을 늦출 수 없는 것은 공명ㆍ보수당과의 연립정권 유지이다. 총재선거 과정에서 그는 야스쿠니(靖國)신사 공식참배론, 조기 헌법개정론을 제기해 공명당과 틈을 넓혔다. 당장은 공명당도 연정 잔류를 약속했지만 워낙 노선 차이가 커 7월의 참의원 선거를 앞둔 미봉책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7월의 참의원 선거는 고이즈미 체제의 장기 순항여부를 가리는 첫 시험대가 된다. 승리할 경우 9월의 정기 자민당총재 선거도 통과의례에 그치겠지만 패배하면 조기퇴진이 불가피하다.

이번 총재선거에 국민적 변화 욕구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자민당 지지가 현재보다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자민당은 안된다'는 정서도 표밭에 뿌리깊이 잠복해 있어 쉽게 승리를 점치기 어렵다.

범국민적 지지확산을 위해 그가 택할 수단은 경제개혁이다. 그는 선거전에서 지론인 우정사업 민영화론을 포함, '고통을 수반한 구조개혁이 경기 회복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중국 농산물 수입제한 조치에서 보듯 민심은 개혁을 머리로만 받아들일 뿐 가슴으로는 거부하고 있다. 도산과 실업 증가를 무릅쓴 수술을 권력기반이 취약한 그가 감행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또 적극적 경기부양책을 주장해 대칭점에 섰던 가메이 전 정조회장과 정책연대에 들어간 것도 초심이 벌써 후퇴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부르고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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