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방문한 아일랜드와 핀란드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유럽의 열등생이었다. 영국, 프랑스, 독일이 주도하는 유럽 역사의 변방에서 소외되고 가난했던 나라들이다.그러나 90년대를 거치면서 역전 드라마가 연출됐다. 아일랜드는 소프트웨어, 핀란드는 휴대전화 부문에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불과 10여년 만에 정보통신(IT) 강국으로 떠올랐다.
이들이 역전 드라마를 펼칠 수 있었던 요인은 수준 높은 교육과 앞을 내다보는 비전이었다.
두 나라 모두 국가정보화의 성공적인 실천을 통해 투명하고 경쟁력 있는 국가를 건설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IT 전문인력을 양성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두 나라의 성공사례는 우리에게 유익한 시사점을 준다. 앞으로 10년 동안 목표를 높이 세우고 온 국민의 힘을 한데 모아 일관되게 실천해 나간다면 우리나라도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에 가면 인터넷이 느려서 쓸 수가 없다. 요금도 우리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는 40만 가구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는 2005년까지 모든 가정을 광케이블로 묶는 IT 국가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세상에서 5년은 까마득한 시간이다. 바로 이 기간이 우리에게는 기회다. 물론 일본은 NTT도코모 'i- 모드'의 대성공으로 무선인터넷 강국으로 대접받지만 무선인터넷이 IT 인프라 전반을 대체할 수 없다는 고민이 있다.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200여년 동안 우리가 일본보다 앞선 것이 몇 개나 있었던가? 그러나 IT 분야에서는 우리가 일본보다 뒤지지 않는다.
특히 인터넷 이용인구 2,100만 명,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500만 명, 이동전화 가입자 2,700만 명, 전국 144개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정보고속도로 완성 등 IT 인프라는 크게 앞서 있다. 일본도 이 점을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인프라는 훌륭하지만 아직 사회 전체의 생산성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고 주식시세를 알아보고 게임을 즐기고 e-메일을 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전자정부를 구현하고 전자조달과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하고 개인과 회사의 업무 처리에 인터넷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때에 비로소 사회 전반의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다.
요즘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매우 거세다.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외교적 노력과 함께 일본의 신민족주의에 가장 결정적이고 준엄하게 대응하는 방법은 '실력'으로 일본을 이기는 것이다.
앞선 인프라를 잘 활용, 국가정보화 전략을 치밀하게 수립해 실천하고,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온 국민이 힘을 모은다면 일본 이기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IT 1등 국가로 도약하여 일본을 압도하는 것이야말로 '정보통신의 날'을 맞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과제이다.
정동영 민주당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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