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은행에 부었던 2,000만원짜리 정기적금을 타게 된 김석훈씨(38ㆍ회사원). 앞으로 어떻게 돈을 굴려야 할지 며칠동안 고민해보았으나 도대체 묘안이 나오지 않았다.투신사 상품을 고르자니 최근 시중 실세금리가 올라 수익률이 낮을 것 같고, 증권에 투자하자니 아직도 장세가 불안한 것 같고.. 김씨는 결국 금리가 낮더라도 안전한 시중은행 저축성 예금 상품에 넣어둔 후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대상을 다시 물색해보기로 했다.
초저금리시대에 접어든 요즘 김씨와 같이 마땅한 재테크 대상을 찾지 못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은행에 돈을 다시 맡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저축성예금은 4월 18일 현재 5조2,740억원이 늘어 3월 한달 동안의 증가액(3조556억원)보다 72.6%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저축성 예금 총액은 361조원에 달했다. 지난달 감소세를 나타냈던 요구불예금도 이달들어 3,954억원이 증가했다.
최근 일부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소폭 인상했으나 고객들이 은행에 예금해 받을 수 있는 금리는 연 5.5~6.3% 수준. 여기서 이자소득세(16.5%)를 빼면 연 4.5~5.0%선으로, 최근 예상되는 물가상승률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시중은행에 예금할 경우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내지는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인데 금융시장 불안 때문에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은행 정기예금에 넣어두려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투신사 MMF, 채권형펀드 '찬물'
은행 예금은 폭증하는 반면 올들어 시중 금리가 떨어지면서 초단기 투자 상품으로 각광을 받던 투신사의 머니마켓펀드(MMF)는 격감하는 추세다. 3월 중 3조3,521억원이 증가했던 MMF는 이달들어 18일 현재 무려 2조7,226억원이 감소했다.
MMF가 이처럼 크게 줄어드는 것은 지난달 연 5% 중반까지 떨어졌던 국고채 금리가 최근 연 6.4~6.5%에 달하는 등 크게 올라 수익률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시중 금리 상승에다 현대건설 회사채 출자전환 논란이 일면서 투신사의 채권형 펀드도 타격을 입고 있다. 2월 3조6,773억원에 이어 3월에도 1조9,291억원 늘어났던 투신사의 채권형 펀드상품 가입액은 이달 18일 현재 6,565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대한투신 관계자는 "투신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건설 회사채를 출자전환 대상에 포함시킬 경우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며 "아직 출자전환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대우사태를 겪은 투자자들은 무조건 빼고 보자는 심리가 강한 상태"라고 밝혔다.
■증시 대이동 가능성?
저축성예금 증가와 함께 주목되는 현상은 증시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2월과 3월 각각 5,000억원 규모씩 빠져나갔던 고객예탁금은 이달들어 18일까지 3,744억원이 증가했다.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전격적으로 콜금리를 연 0.5%포인트 인하한 것이 알려진 19일에는 446억원, 20일에는 1,520억원씩 늘어났다.
향후 증시 방향에 대한 논란이 많으나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해지는 상황이다.
정희전(鄭熙全) 한은 통화운영팀장은 "현대건설이 출자전환 방식으로 처리될 것이 확실하고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도 금융권 지원과 외자유치를 통해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는 등 시장 불확실성만 걷힌다면 부동자금들이 대거 증시로 몰려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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