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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초단5인방'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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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초단5인방'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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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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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도 전에 뛴다.'지난해 프로에 데뷔한 신예 기사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비아냥이 아니다. 이들의 예사롭지 않은 성적에 대한 놀라움이다. 특히 박승현, 천 스위엔(陳時淵), 주형욱, 최민식, 박정상 초단 등 다섯 기사의 기세가 거침이 없다. 올해 승률이 평균 80% 대. 햇병아리는 선배들의 승률을 올려주는 '밥'이 아니라 호시탐탐 선배들의 밥그릇을 노리는 '겁나는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모두 16, 17세의 수졸(手拙ㆍ초단의 별칭)들. 이들이 또 하나의 무서운 신예 그룹을 형성할지 바둑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승현(16ㆍ충암고 2년) 초단의 행마가 특히 주목을 끈다. 4월 중순 현재 전적은 8승 1패.

승률이 89%이다. 승률로만 따지면 원성진 3단(90%)에 이은 2위이다. 11일 안영길 4단에게 1패를 당하기 전에는 8게임을 한판도 물러서지 않고 계속 이겼다. 박지은 3단, 유재형 4단, 공병주 3단 등 만만치 않은 선배들을 연파했다.

박 초단은 프로 입문 1년 선배인 박승철 2단의 동생으로 지난 해 프로기사가 됐을 때 김수영- 김수장, 이상훈-이세돌에 이은 국내 세번째 형제 프로기사로 화제가 됐었다. 은근과 끈기 그리고 예리한 계산이 특기.

대만 출신의 천 스위엔(16) 초단은 남자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한국기원 입단을 기록한 무서운 소년. 여자 외국인은 1998년 10월에 입단한 대만의 장정핑(張正平)이 처음이었다. 천 초단의 4월 중순 현재 전적은 7승 1패. 승률이 87.5%에 이른다.

1997년 9월부터 권갑용 9단을 사사하고 있는 천 초단은 이듬해 11월 한국기원 연구생이 됐고 2 년여 만에 프로에 입단하는 기염을 토했다. 꿈은 '한국의 린 하이펑(林海峰)'이 되는 것. 1980년대 일본 기계를 주물렀던 린 하이펑은 대만에서는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다. 바둑 최강국인 한국에서 입단한 천 초단의 행보에 당연히 대만에서 관심이 많다. 입단대회를 치를 때에는 대만의 바둑계에서 대국 중간중간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어 볼 정도였다.

주형욱(17ㆍ충암고 2년) 초단은 '바둑밖에 모르는 아이'로 불린다. 경남 창원시 출신으로 초등학교 6학년 때 상경해 줄곧 객지생활을 해오고 있다. 주 초단은 올해 10번의 대국에서 8승을 올렸다. 승률 80%. 비슷한 신인인 최민식 초단과 박영훈 2단에게만 패했을 뿐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창원에서 하태혁 5단에게 바둑을 처음 배운 주 초단은 5학년 때부터 진주의 문명근 7단을 사사했고, 6학년이 되면서 서울의 허장회 8단의 문하로 옮겼다.

"자기 생각대로 바둑을 두려고 노력한다"는 허 8단의 이야기대로 남을 흉내내지 않고 소신있는 기풍을 펼친다는 평. 스스로도 "조현현 9단 하면 속력행마가 바로 떠오르듯이 '주형욱 하면 무엇'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게끔 나만의 일가를 이루겠다"는 다부진 야망을 갖고 있다.

최민식(17) 초단은 1996년 김성준배와 이붕배 등 아마추어 기전에서 발군의 기량으로 우승을 차지할 때부터 주목을 받았던 신예. 권갑용 9단의 휘하에서 지난해 8월 프로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올해 전적은 6승 2패. 2월 12일 올해 첫 대국에서 조한승 4단에게 패배를 맛본 뒤 내리 6번의 대국에서 이겼고 9일 염정훈 3단과의 대국에서 다시 쓴맛을 보았다.

실리보다는 두터움을 선호하는 편. 초반에 든든한 포석으로 기초를 다진 뒤 중반 이후에 전투에 돌입하는 스타일이다. 조훈현 9단처럼 화려하고 현란한 바둑을 두는 것이 꿈이다.

아마추어 시절 '예고된 입단자'로 불렸던 박정상(17ㆍ충암고 2년) 초단의 올해 전적은 10승 4패. 승률 71%로 동료들에 비해 조금 낮은 편이다. 그러나 4 패 중 3 패가 유창혁 9단, 서봉수 9단, 이세돌 3단 등 '국가대표 기사'와의 대국에서 나온 것이어서 그리 낙심할 정도는 아니다. 2월에 열린 제 35회 왕위전 본선에서는 백전노장 양재호 9단을 불계로 누르며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시절 김수영 7단의 눈에 띄어 허장회바둑도장에 입문한 박 초단은 지독한 공부벌레이면서 강한 승부근성까지 갖춘 기사로 평가받는다. 일본의 고바야시 고이치(小林光一) 9단과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의 실리를 챙기면서도 탄탄하게 두는 기풍을 좋아한다. "상대가 실수를 하지 않아도 이길 수 있는 강한 바둑을 두는 것이 목표"라고 이야기한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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