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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대학개혁 큰틀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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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대학개혁 큰틀짜기

입력
2001.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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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가 출연했던 할리우드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서 제리 역은 스포츠매니저라는 독특한 직업세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계약에 실패했대서 하루아침에 '해고 통지'를 받는 현대 미국의 노동유연화를 실감나게 보여준다.물론 영화는 제리가 대박을 터뜨려서 통쾌하게 성공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현실의 미국 경제는 엄청나게 늘어난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인해 '고용유연화 = 고용불안정'이라는 또다른 문제에 부딪쳐 있다.

한가하게 남의 나라 이야기 할 때가 아닌 것이, 지난 주 취업박람회에 몰린 인파는 우리의 실업난을 실감케 했다. 100만을 훌쩍 넘은 실업자가 좀체로 줄지 않고 있으니 오죽하겠는가.

그중에서도 대졸 실업자를 포함한 청년층의 실업률은 다른 어떤 연령층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그러자 그간의 대학교육이 경직되어서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었고 이 때문에 대졸자의 실업률이 높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불거지고 있다.

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우리의 대학사회는 아직은 조직화하지 못한 우리 사회 여타 집단을 대신하여 반독재투쟁에 앞장서왔다.

노골적인 폭력정권에 맞서 학생들의 희생이 잇따랐고 관변 학자들의 기회주의적 변신이 난무하는 한편에서 지식인적 실천을 자임하는 비판적 교수운동이 면면히 이어져 왔다.

그러나, 여전히 미흡한 점이 없지 않지만, 예전에 비해 노동운동과 시민운동 등 각 부문의 운동이 한결 전문화하고 대중화하는 속에서 대학사회는 이제 스스로의 문제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사실 그간 한국의 대학들은 마치 재벌이 그러하였듯이 백화점식 경영, 교육부와 사학재단의 의사결정독점 등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말이 무색한 관료주의와 족벌운영의 아성이었다.

그리하여 서울대의 학과편제를 따라 연럭煮諛?신설학과를 늘이고 다시 이들을 좇아 여타의 대학들이 증과증원을 앞다투고, 그 과정에서 교육부 관료와의 줄대기가 성행하였다.

이런 속에서 바람직한 사회발전의 전망, 그에 따른 교육내용의 변화, 필요한 전공의 신설 등 유기적인 연구와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웠다.

또 고등학교때까지 일체의 자율과 책임을 허용하지 않고 입시위주로 학생들을 몰아대다가 대학생이 되는 몇 달 후 어느날부터 갑자기 거의 무제한의 자유 속에 학생들을 풀어놓는 우리의 대학문화는 학생들을 책임있는 주체로 키워내는데 썩 유효하지 못했다.

그런가 하면 근년 대학가에서 제기되고 있는 등록금 문제나 학부제 문제?여타의 교육여건 및 연구여건과 함께 고려되지 않으면 안 된다.

예컨대 국민총생산(GNP) 6%의 교육예산 확충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으면서도 오히려 이전 정권보다도 더 적은 4.1% 안팎의 교육예산에 머물러있는 현 상황이라든지 전공 간 담을 높이 쌓고 학과이기주의에 안주해 있던 기존 학과제의 문제점 등이 함께 고민되어야 할 것이다.

대우가 해체되고 다시 현대가 흔들리는데도 여전히 재벌개혁이 미진하다고 하는 것은 황제경영과 선단경영을 개혁할 개혁 주체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 풍부하고 유연한 교육내용을 확보하되 그 바탕이 되는 연구를 지원하고 기초학문을 육성하는 길, 학생들의 선택권을 존중하되 선택에는 제한과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가르치는 교육, 이러한 대학개혁의 가능성은 우선 개혁주체의 정립에서 시작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교육부와 사학재단에 기울어져있는 의사결정구조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교수 학생 직원 등 각 구성원의 슬기로운 자기정립이 중요하다.

그리하여 단위대학마다 서로 다른 당면 이슈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 거시적 조망 속에서 대학개혁의 큰 틀을 세워가지 않으면 안 된다.

김윤자·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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