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동응답기가 싫다. 특히 관공서나 기업체에 문의사항이 있어 전화를 걸었을 때 자동응답시스템으로 응대하는 곳은 참을 수 없이 싫다.자동응답시스템은 하이테크(High-Tech)인데 그걸 싫어하면 구식 아니냐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면 "하이테크보다 휴먼 터치(Human Touch)가 더 좋다"고 말할 준비도 되어 있다.
자동응답기를 왜 싫어하는가. 골탕을 먹기 때문이다. 부과된 전화요금 내역에 의혹이 있어, 한 이동통신회사에 문의전화를 걸었다. 번호는 그 이동통신회사 요금고지서에 적힌 고객센터의 번호. 그 다음 계속된 내용은 이렇다.
"따르릉"/"네, 고객님, *** 회사입니다. **사항은 **번, **사항은 **번, **사항은 **번을 누르고 별표를 눌러 주십시오"/(번호와 별표를 누른 뒤 기다린다)/ "가입자께서는 가입번호를 눌러 주십시오"/(묵묵히 번호를 누른다)/
"등록하실 때 사용하신 비밀번호를 눌러 주십시오"/(또 누르지만 시간이 너무 걸린다는 생각이 든다) /"네, 연결됐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통화 중이오니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노래가 흘러 나오고 광고도 나온다. "저희 ***회사는 365일 고객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는 .". 이쯤해선 내가 낼 통화료로 그 회사광고를 듣게 되는 상황에 화나기 시작한다) /"(사람이 나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네, 고객님 ."
자동응답 시스템을 사용하는 회사들이 늘었다. 항공회사부터 서점, 영화관까지다. 자동응답이 나오면 꺼버리고 114에 문의하던가, 전화번호책을 뒤져서라도 사람이 응대하는 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건다는 이도 있지만 그러나 어쩌랴.
맞바로 사람이 응대하는 전화선은 치워버린 회사들도 있다. 자동응답시스템 도입을 검토하다가 철회한 회사도 물론 없지 않다. 인력감축 면에서는 좋지만 이용자 편의를 위해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기업의 자동응답기 사용에 사람들 불평이 많은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인가.
한 사이트(www.thecomplaintstation.com/z/-zeroplus/00000028.htm)는 전화요금문의 건으로 통신회사에 전화를 걸었을 때의 불편을 토로하며 "자동응답이 나오면 오디오 안내대로 버튼을 누르지 말고 참을성 있게 기다려라. 그렇게 해야 사람이 빨리 나온다"고 가르쳐준다.
물론 우리 국내 사정은 다르다. 그렇게 하면 아예 연결이 되지 않기도 한다. 안내된 번호를 누르는 속도가 늦어도 전화가 끊기는 수가 있다.
물론 자동응답기 출현 뒤 편리해진 점은 한, 둘이 아니다. 누군가의 전화가 예상되지만 외출할 때 더 없이 긴요하다.
1935년 발명되어 71년 상용화되기 시작, 수없이 진화되어온 자동응답기는 초기에는 안식일에 전화 받는 것이 금지된 유태인들에게 인기였다(inventors.about.com/science/inventors/library)는 것도 응답기 필요성을 말한다.
관공서와 기업에서 자동응답전화시스템을 쓰는 것은 많은 이의 시간과 전화료를 빼앗는 일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자동응답시스템만을 쓰면 그건 그 쪽의 편의주의일 뿐이다.
특히 자동응답시스템을 가장 잘 이해하는 통신회사들이 자동응답시스템만을 쓰면 그것은 부도덕한 일이다. '고객님'하고 말로만 부르기보다 자동응답시스템 사용을 소비자 입장에서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이 백번 낫다.
박금자 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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