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은 이제 '아우라(영성ㆍ靈性)가 사라진 벌판'인가. 평론가 김주연(60) 숙명여대 교수가 평론집 '디지털 욕망과 문학의 현혹'(문이당 발행)을 냈다."디지털 문명에 의한 사이버 문화의 등장은 인간의 욕망을 속도화함으로써 관찰ㆍ인내ㆍ성찰과 같은 전통적 문화의 정서를 현저하게 약화시켜 버리고 있다"고 보는 그는 이 사이버문화가 가져온 '디지털 욕망'이 90년대 이후 한국문학을 어떻게 변모시키고 있는가를 분석한다.
40년 가까이 문학 현장에서 섬세한 비평적 발언을 계속해온 김 교수에게는 사회 변화의 속도뿐 아니라, 최근 문학작품에서 나타나고 있는 섹스와 죽음으로 대표되는 '무절제한 욕망의 속도화'야말로 비판적 성찰의 대상이다.
1978년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에 대한 논의로 '대중문학론'을 촉발시켰던 그는 "90년에 장정일의 아담이 뛰쳐나오고 94년에 최영미의 컴퓨터 성교론이 제기된 이후, 우리 문단은 대중문학의 자동화한 어둠의 세계로 진입했다"며 90년대판 대중문학 논의를 펼친다(이때의 '대중문학'에서 요즘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몇 읽을 거리들은 제외된다).
"'별들의 고향' 쯤은 너무 점잖은 고전이 되어버린.세기말의 문학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세계의 질서'여야 할 문학의 아우라 회복에 대한 그의 희구가 간절하다.
김주영 한승원에서 이승우 정찬을 거쳐 서하진 배수아에 이르는 작품을 해부하는 그의 시각은 애정과 동시에 연민으로 안타깝고, 그의 손길은 비단 문학뿐 아니라 21세기적 삶의 윤리와 방식을 간곡하게 제시하려 한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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