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 1,600년 전통에 누를 끼치는 게 아닌지 모르겠어요. 한자를 하나도 모르는 스님이 주지가 됐으니까요. 하지만 부처님도 한자를 몰랐어요."'만행(萬行)-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로 유명한 푸른 눈의 현각(玄覺ㆍ37) 스님이 22일 경북 영주시 어래산 기슭의 현정사(現靜寺) 주지로 취임했다.
국제 선원인 계룡산 무상사를 제외하고 일반 사찰에서 외국인이 주지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00여명의 신도가 참석한 이날 취임식 및 개원법회에는 숭산(崇山) 스님을 비롯하여 미 프로비던스시의 관음선원장인 미국인 대관스님, 계룡산 무상사 조실 대봉스님 등 15명의 외국인 승려가 참가했다.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예일대와 하버드대를 나온 현각스님이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89년. 하버드대에서 열린 숭산스님의 강연에서 깨달음을 얻은 그는 이듬해 서울에 와 수행을 하다 92년 화계사로 출가했다.
현정사는 지난해 가을 현각스님이 100일간 묵언(默言) 정진을 한 곳으로 시속 10㎞로 비포장 길을 1시간 가량 달려야 당도하는 외진 곳이다.
밀려오는 전화 때문에 휴대전화 번호도 바꾼 현각 스님은 "이 곳은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아서도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산처럼 바람처럼 물처럼 살고 싶다"는 그에게 이 곳은 더없는 수행도량이다.
3년전 미국 선원의 주지를 제의 받았지만 "한국을 떠나고 싶지 않아" 거절한 현각스님은 한국문화를 잃어버리는 젊은이들이 안타깝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한국의 전통 문화가 얼마나 훌륭하고 아름다운지 잘 몰라요. 그것을 꼭 알려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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