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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봤지? 나도 마술사라구

입력
2001.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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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은 보면서 즐기는 것? 이젠 아니다. 마술이 보통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배우고 하면서 즐기는' 취미이자 엔터테인먼트로 자리잡고 있다.마술사에게 직접 마술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과 매직 바, 그리고 온라인상의 커뮤니티나 심지어 중ㆍ고등학교 동아리 활동 테마로도 마술은 낯설지 않다.

초등학생 아들과 딸을 두고, 인터넷 벤처를 운영하는 평범한 가장 오장환(44)씨. 요즘 그의 호주머니엔 언제나 깨끗하게 닦은 동전이 들어있다.

"재미있어 보여서" 한 달 전 마술교실에 등록한 오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고무줄과 동전을 이용한 마술을 보여주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심지어 사업상 가진 모임에서도 실력을 보였다.

오씨는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져서 사업상 이야기도 잘 풀렸다"고 말했다.

아이들도 마술하는 아버지를 좋아한다. "아이들 생일잔치 때 해보일 겁니다."

신현욱(32)씨는 '마술을 하는 요리사'를 꿈꾸는 사람. 5월 이탈리아로 요리 유학을 떠날 예정인 신씨는 "이탈리아 음식점을 차려 손님들을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 마술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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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배울수 있나

"마술가 김정우 인터뷰"

특별한 도구 없이 동전이나 고무줄, 끈, 컵 등 소지품이나 음식 테이블에 있는 도구만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생활마술'이다.

새내기 대학생 오연정(19)씨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01학번 오연정입니다'라고 소개하는 대신 마술을 보여줬다.

"제 소개가 인상적이었던 모양입니다. 낯선 친구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었죠."오씨는 취미로 시작한 마술을 아예 직업으로 삼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마술에 대한 이미지도, 마술을 배우는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어릴 적 텔레비전 쇼프로그램에서 보았던 '복고풍'마술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는 30, 40대, 데이비드 카퍼필드가 보여주었던 입체적이고 규모가 큰 마술을 접한 20, 30대, 그리고 마술의 테크닉을 대중에 공개한 타이거 마스크를 통해 호기심을 충족시킨 10대. 그러나 "마술이 재미있다"는 점만은 세대를 초월한다.

마술을 배우는 이들은 마술이 '속임수에 불과하다'거나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리라고 말한다.

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가 마술이라는 것이다. 특별한 '개인기'인 셈이다.

고객을 즐겁게 하려는 바텐더, 양로원 같은 곳에 봉사활동을 나가려는 퇴직자, 꼬마 환자를 달래려는 소아과ㆍ치과 의사, 그리고 여자 친구에게 호감을 사려는 대학생 등 마술을 배우는 계층과 목적은 갖가지다. 하지만 "마술이 즐겁다"는 생각만은 공통적이다.

이들은 "마술은 연습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알렉산더 매직바. 음료보다는 마술을 즐기는 게 주 목적인 매직바이다.

1만 5,000원을 내면 마술사들이 바로 눈앞에서 마술을 보여준다, 낮에는 마술을 가르치는 '매직 스쿨'이 된다.

12일 서울 숭문고와 혜화여고의 마술동아리 학생들이 이곳을 찾아 마술가 김정우씨로부터 노끈 마술을 직접 배웠다.

중ㆍ고등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이나 특별 활동으로 마술이 선택되고 있는 현상은 마술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서울 오륜중, 광장중, 정원여중 등은 학교에서 마술을 특별 활동 과목으로 채택했다.

이들은 또래들의 주목에 주눅들지 않는다. 당당하다. 마술동아리 끼룩의 회장 이유리(혜화여고 2)양은 "학교에서 마녀로 통한다"며 "올해 신입 회원들의 경쟁률이 5대1로 다른 동아리들보다 높은 편이었다"고 말했다.

후배들이 노끈을 자르는 것부터 일일이 살펴보던 김재갑(숭문고 3)군은 인터넷의 마술동호회 시삽이기도 하다. 봉사활동을 특별하게 하고 싶던 차에 학교 선생님이 마술을 권해서 1년 6개월 전부터 배웠다.

김군은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하지 못하는 특별할 것을 할 수 있어 좋다"면서 "마술은 남을 속이는 사기가 아니라 즐거움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포털 '다음'에는 혜성여고, 경복고, 과천고 등 마술동아리의 사이트를 포함해 마술 관련 커뮤니티가 70여 개. 마술학교(cafe.daum.net/magicschool)의 경우, 회원수가 7,000명을 넘고 있다.

16일까지 무료 마술강좌를 실시했던 스마일 삼성에는 어머니와 자녀가 함께 오는 등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마술 교육프로그램이 등장한 것은 1998년. 알렉산더 매직스쿨의 경우 처음에는 수강자가 한 달에 서너 명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평균 10명을 넘어서고 있다.

최근에는 유아기 자녀들에게까지 마술을 가르치려는 젊은 엄마들도 적지 않다. 정교한 손놀림이기 때문에 두뇌 계발에 좋다는 생각에서다.

마술가 정은순씨는 "예전에는 마술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도 마술을 배우기가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문이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며 "마술 자체를 고급 취미활동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알렉산더 매직스쿨의 박환석씨는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지면서 특별한 자기계발 거리를 찾는 욕구와 마술이 대중에게 문을 연 시점이 맞아 떨어졌다"고 마술 붐을 설명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 매직바.스쿨 운영 마술가 김정우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마술과 친근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마술가 김정우씨는 마술의 대중화를 꿈꾸는 사람.

서울 서교동에서 알렉산더 매직바/매직스쿨을 운영하게 된 것도 "많은 사람들이 마술을 수월하고 친근하게 접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김씨는 이른바 마술 가문 출신. 국내 마술 1세대의 대표주자인 이흥선씨의 외손자이다.

"할아버지 세대만 하더라도 마술이 폐쇄적이었죠. 자신의 노하우가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 자체를 꺼렸으니까요."

직계가족이 아니면 마술을 가르쳐주지도 않는 폐쇄적 분위기였다. 마술을 시작한 지 벌써 20여 년이 지났다. 마술 도구를 다루는 손놀림도 예사롭지 않다.

김씨는 그러나 대중화한 마술을 주장한다. "전문 마술가들도 이제는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마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보통 사람들의 손에서도 마술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마술은 누구라도 배우고 할 수 있는 대중문화"이지만 아직 비인기 종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마술동아리가 있거나 특별활동으로 마술을 채택한 학교 등 마술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어디든 기꺼이 찾아간다. 마술 인구를 확산시키려는 노력이다.

"마술의 테크닉을 알려주었던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마술과 대중의 거리를 좁히는 데 기여한 측면도 있었다"고 김씨는 말했다.

마술의 기법이 전문 마술가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마술을 공개하고 교육하는 것이 마술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다는 생각이다.

김씨는 "'단지 눈속임일 뿐이다'며 마술을 폄하하는 시선을 인정할 수 없다"며 "마술은 과학적 원리와 특별한 노하우를 이용하는 연기"라고 말했다

■어디서 배울수 있나

생활마술을 배우기 쉬워졌다. 젊은 전문 마술가들이 여러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카드, 동전, 고무줄, 노끈, 컵, 빨대 등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구들을 활용한 마술이다.

알렉산더 매직스쿨(02-333-3505ㆍwww.likemagic.co.kr)에서는 김정우씨 등에게서 일대일로 손동작 등을 세세하게 지도받을 수 있다.

초급과 중급으로 나뉘어 1개월 과정으로 운영되며, 수강료는 20만~30만 원. 1개월에 30가지 정도의 마술을 익힐 수 있다.

여성마술사 정은선씨의 마술연구소(02-873-8838ㆍwww.magiclove.co.kr)도 마술강좌를 운영한다. 1개월에 30만 원이고, 개인마다 진도는 다르다.

약관의 마술사 이한결씨 등도 최근 스마일삼성(02-2274-8044ㆍwww.smilesamsung.co.kr)에서 생활마술 교육을 시작했다.

주 3회 교육에 15만 원. 이런 곳들은 마술강좌뿐만 아니라 마술도구도 판매하고, 인터넷사이트를 운영하며 마술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신나는 마술여행'(일신서적) '매직대백과 123'(금하출판) '마술백과'(삼호미디어) '신비한 마술의 비밀'(덕수) 등 간단한 마술 테크닉을 소개한 책을 보면 독학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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