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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푸드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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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푸드뱅크

입력
2001.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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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학생이 쪼들렸던 외국생활에서 얻은 '생활의 지혜'라며 들려줬던 이야기다. 먹거리를 싸게 사는 방법이었는데, 가게가 문닫을 시간 직전에 가면 '유통기한'이 임박한 것들을 정가의 몇 %만 주고도 구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몇 분내에 팔지 못하면 어차피 수거돼야 할 것들이지만, 집에 가져와 냉장고에 잘 보관하면 며칠은 괜찮았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한 해에 버려지는 음식물은 10조원 정도로, 이 가운데 먹을 수 있는 음식물은 1조원 가량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1조원 분량의 먹거리를 굶주린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면 모두에게 이익이다. 한 쪽에서는 너무 배가 불러 남기고, 다른 한 쪽에서는 없어서 못 먹는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그 것이 쉽지는 않다.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는 것을 모아 또 여러 곳으로 나누어야 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푸드뱅크다.

■잉여식품 재분배 은행이란 뜻인 푸드뱅크는 서구에서는 역사가 길고 널리 퍼져있다. 전후 실업과 대공황에 시달리던 유럽과 미국에서는 푸드뱅크가 빈민들을 위한 무료급식을 해 왔고,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유통기한이 임박해 판매할 수 없는 식품들을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받아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IMF 체제 진입 직후인 1998년 대한성공회가 각 종교 및 시민단체와 연대해 출범했다. 초기에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으나 갈수록 고전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대기업들의 외면이다. 처음에는 각종 지원을 약속했던 이들 기업들이 최근에는 어려움을 내세워 뒤로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너도 나도 모여 들었지만, 이제는 식품을 수집ㆍ전달하는 봉사자들의 수가 절대 부족하다.

'배고픈 이 없는 세상을 향한 발걸음'이라는 출범 때의 기치가 무색할 정도다. 이는 앞으로 더 유효할지도 모르는데, 이 정도로 우리 사회는 각박해진 것일까.

/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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