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만해도 금리인하 필요성을 제기했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대폭적 금리인하는 부적절하다'는 쪽으로 선회해 미국과 달리 '금리인하 유보론'이 더욱 힘을 얻어가고 있다. 이는 거시경제정책의 우선순위가 '경기(성장)'에서 '물가'쪽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KDI는 지난해 말(12월27일) 경기전망 당시 "경기급락을 완충할 수 있도록 통화(금리)정책은 당분간 신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며 콜금리인하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또 지난달 강봉균(康奉均) KDI원장은 "현 시점에서 한국은행이 물가만 집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정면으로 비판, 한은이 '통화정책에 대한 월권(越權)'이라고 반발하는 등 감정대결까지 빚은 바 있다.
그러나 KDI는 19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당분간 현 금리수준을 중심으로 미세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성장률을 5.1%에서 4.3%로 하향조정하고 설비투자 증가율을 마이너스 4%(당초 0.1%)까지 낮춰잡는 등 경기침체 가능성을 예상하면서도,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에는 반대한 것이다.
KDI는 또 "중장기적으로 재정은 균형 또는 흑자로 가야하며, 당장의 경기침체도 세수나 사회보장급여의 신축적 변동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 재정확대정책에도 손을 내저었다.
어차피 불황기엔 세금은 덜 걷히고 실업급여 지출은 늘어나는 경기의 '자동조절(Automatic Stabilizer)'기능이 작동하는 만큼, 인위적 세출확대(추경편성)는 필요없다는 것이다.
초점은 물가다. KDI는 환율폭등과 공공요금 조정의 결과로 연간 물가상승률이 4.2%, 2ㆍ4분기엔 5.1%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상태에서 금리를 더 낮춘다면 인플레 심리가 폭발하고, 장단기 금리차가 더욱 벌어져 경기가 추가악화할 때 당국이 쓸 수 있는 '카드'가 없어진다.
물가불안우려→금리ㆍ환율불안우려→금융시장 및 거시경제 전반의 불안으로 이어지는 만큼 지금은 불안심리의 뿌리인 물가안정부터 다지는 것이 중요하며, 이런 불안심리가 제거되어야만 추후 경기악화시 금리인하 같은 부양책이 효과를 낼 수 있다고 KDI는 지적했다.
아울러 부실기업 정리등 일관된 구조조정으로 시장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경기회생에 열쇠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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