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급 이하 공무원들의 노조 결성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한편에서는 노조가 공무원의 권익 대변은 물론 공무원사회의 민주화와 공직 개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찬성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노조 자체가 실정법 위반이며 국민정서에도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찬성] 헌법상 '근로자' 노조당연 정권의 '도구'사용 견제로…
우리는 그동안 '공무원직장협의회발전연구회'라는 이름으로 각 기관별 협의회가 참여하는 연합체를 구성, 활동해왔다.
그러나 하위직 공무원들의 열망을 대변하기에는 허술한 점이 많다는 의견에 따라 2월3일 임시총회를 개최, 명칭을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으로 바꾸고 조직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지도체제를 갖추는 등 향후 공무원 노조 출범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이를 계기로 공무원 노조 문제가 우리 사회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여당 일각에서는 경제 사정이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아직 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리 헌법 제33조 2항에는 '공무원인 근로자는.'이라는 문구가 있다. 공무원이 근로자라는 점을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무원은 분명 근로자이다.
현재 국제노동기구(ILO)에 가입한 175개국중 우리와 대만만 공무원 노조를 법으로 금지해 놓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에서는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공무원 노조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더욱이 우리는 OECD에 가입할 때 공무원 노조 문제가 걸림돌이 되니까 이른 시일 내에 공무원 노조의 법제화를 약속한 적도 있다.
일부에서는 시기상조라고 하는 데 이는 자가당착이다. 현 정권은 야당시절인 1989년여소야대 정국을 이용, 공무원 노조 관련법을 통과시킨 적이 있기 때문이다. 40년 전 민주당 시절에도 공무원 노조의 법제화가 이뤄졌으며 지금도 교원노조는 인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공무원만 시기상조라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첨언하자면 45년 원폭 투하로 폐허가 된 일본은 47년 공무원 노조를 인정했으며 우리가 모델로 삼고 있는 선진국들도 20세기초에 공무원 노조를 인정했다.
공무원 노조가 출범하면 국가발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만약 걸림돌이 된다면 국민 입장에서는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유당 시절부터 지금까지 역대 정권은 정권유지 내지는 정권재창출을 위해 공무원을 '도구'로 사용했다. 만일 공무원 노조가 출범하면 그것은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 한가지만으로도 공무원 노조의 당위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현 정권이 야당시절에 이미 공무원 노조를 인정하고서도 이제 와서 시기상조라고 하는 이면에는 정권유지나 재창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공무원 노조가 공무원 사회의 민주화를 가져오고 그것을 밑거름으로 우리나라가 민주주의의 모범국가가 될 것이라는 점과 일부 고위 공무원의 부정부패가 일소됨으로써 깨끗한 공직문화가 창출될 것이라는 점을 알아 주었으면 좋겠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대통령으로 둔 나라의 자존심 차원에서도 공무원 노조를 빨리 출범시켜야 할 것이다.
이웃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오늘날 민주주의의 꽃을 피운 것도 공무원 노조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깊이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차봉천·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 위원장
[반대] 공무원법 노동운동 금지 국민정서 봐도 시기상조…
1999년 공무원직장협의회가 합법화한 이후 전체 대상기관의 약 10%인 224개 기관에서 직장협의회가 결성돼 공무원 자정, 지방의회 바로 세우기, 부패방지, 친절운동 등 건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공무원노조 결성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다.
현재 국가공무원법 제66조와 지방공무원법 제58조는 공무원의 노동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또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공무원의 업무가 국가 또는 공공단체의 공적인 일이어서 그 직무가 일반 근로자와 달리 특수성이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또 공무원에 대한 국민의 일반적 법의식 내지는 법 감정도 일반 근로자와는 다르다.
그러나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은 보수, 후생복지, 근로조건 개선 등 공무원의 사회적ㆍ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노동기본권을 보장받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조의 인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의 보수수준 등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재정적 부담은 형식적으로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몫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조세 등에 의해 국민전체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
따라서 공무원 근로조건의 향상은 그로 인해 전체 국민의 복리 증진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고, 국가 또는 사회공동체의 경제수준 내지 담세능력과 조화될 수 있는 범위내에서 합리적으로 정해져야 한다.
공무원들도 노동력 제공에 대한 대가인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근로자라는 점에서는 다른 근로자와 같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장차 국민 일반의 인식 및 사회적 가치관이 변할 경우 공무원에 대한 노동법 적용및 노사관계의 틀도 변화가 불가피해질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인식이나 재정 등의 상황으로 볼 때 공무원의 단결권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제한은 필요하다고 하겠다.
현재 철도청 소속의 현업기관과 국립의료원의 기능직 및 고용직 공무원 등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경우 노동3권을 인정받고 있음에 비추어 공무원 단결권 확보를 그렇게 서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향후 공무원의 단결권 보장 문제는 전 대상기관의 10%에 머무르고 있는 직장협의회가 공무원 자정활동, 친절운동 등 긍정적 활동을 통해 직장내 동의를 얼마나 얻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아울러 이 문제는 우리 공무원 제도의 바탕이 된 국가사회공동체의 역사ㆍ문화와 주권자인 전체 국민의 복리를 고려하는 종합적 판단에 따라 허용여부가 결정돼야 한다.
또 헌법상 보장된 공무원제도의 기본 틀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여러 당사자들의 권익을 조화시키면서 공공복리의 목적 아래 통합ㆍ조정하는 방향으로 검토해 나가야 할 것이다.
결국 민간 근로자와 달리 법적 신분보장조항을 향유하는 공무원들의 노조결성 문제는 시기상으로 아직은 이른 것이므로, 먼저 직장협의회를 활성화하여 극복하는 것이 대안으로 생각된다.
김영배·한국경영자 총협회 전무
OECD 가입조건 직장협 허용 단결권 일부국한 노조전환 추진
●공무원 노조 추진까지
공무원 노조 결성추진은 기존의 공무원직장협의회가 여러 법적 제약 때문에 공무원의 이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되고 있다.
공무원직장협의회에는 현재 230여 기관의 6급 이하 공무원 7만여명이 가입해있으나 권한은 극히 축소돼 있는 게 사실이다.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중 단결권만 허용되며 협의 범위도 소속 기관의 고충 처리와 건의로 한정돼있을 뿐이다. 또 기관장이 협의에 응하지 않거나 협의 결과를 수용하지 않아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한편 공무원직장협의회는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생겨났다. 당시 정부가 OECD로부터 노동인권의 개선을 가입조건으로 요구받고, 공무원과 교사의 단결권 보장을 약속한 것.
이에 따라 98년 제1기 노사정위원회는 교원 노조는 인정하되 공무원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관계법령 개정이 이뤄질 때까지 민간기업의 노사협의회를 본뜬 공무원 직장협의회를 구성하되 장기적으로는 노조 구성을 검토키 했다.
직장협의회는 지난해부터 노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첫 단계로 지난해 2월 직장협의회 대표 100여명으로 직장협의회 발전연구회를 만들었으며 올 2월에는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총연합(전공련)이라는 전국 조직을 출범시켰다.
전공련은 개별 기관의 직원들을 회원으로 두고 위원장, 부위원장, 대의원을 뽑아 단일 조직체계를 이룸으로써 준노조의 형태를 띄고 있다.
하지만 전공련 결성은 전국 단위의 조직을 결성할 수 없다고 명시한 공무원직장협의회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과 어긋난다.
때문에 경찰은 전공련 관계자 12명에게 출두요구서를 보냈고, 전공련 관계자들은 이에 불응하는 등 대치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한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은 대부분 공무원결사체가 조직돼 있다. 하지만 이들 단체중에는 노조라는 명칭을 쓰는 곳도 있고 연합, 위원회, 평의회 등의 이름을 쓰는 곳도 있다.
또 명칭과 관계없이 단결권만, 단결권+단체교섭권,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인정 범위에서도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우리도 직장협의회라는 명칭은 그대로 사용하되 권한과 기능을 대폭 강화, 실질적인 노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문제 해결의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안하고 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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