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을 포함한 전 교육자는 학생들의 도우미입니다. '교육애'가 없는 사람이 아무나 선생님이 돼서는 안됩니다."수원 경기과학고 김종오(金鍾五ㆍ61) 교장은 34년 교직생활 동안 이 같은 교육철학을 하루도 잊은 적 없이 실천해왔다. '교사가 수업을 빼먹는 것은 교육에 대한 살인행위'라는 생각에 출장을 갈 때는 전날 수업내용을 녹음해 '녹음기 수업'을 했을 정도다.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이 학교 학생들 사이에서는 "새벽 1~2시에 괜히 밖에 돌아다니다가는 교장선생님한테 걸린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그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제자들 곁을 지키고 있다.
1997년 신설 학교인 경기 군포시 수리고 교장 근무때는 지각생들에게 기상시간부터 시간대별 활동상황을 적는 '지각계'를 작성토록 해 지각생을 없애고 학부모를 자율학습시간에 명예교사로 참여시키기도 했다. 그 덕에 수리고는 단기간에 명문고로 발돋움했다.
특히 과학교육에 대한 김 교장의 열정은 남다르다. 평교사 시절 경기도 전역을 직접 돌아다니며 담수어의 분포와 생활사 등을 연구해 '경기도의 자연'이라는 책자와 교사들을 위한 중학교 과학교육 실험지도서까지 만들어 경기도내 전 학교에 배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열정 덕에 그동안 김 교장이 몸담았던 학교와 제자들이 국제올림피아드나 전국과학탐구올림픽 등에서 수상한 횟수는 180회가 넘는다. 특히 83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경기과학고 교감으로 부임한 이후 99년부터 이 학교 교장으로 근무하면서 그의 과학교육은 많은 결실을 맺었다.
김 교장이 지도했던 이 학교 출신 제자 가운데 26세에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된 백진호씨를 포함해 136명이 20대에 박사학위를 받는 저력을 과시했다. 또 올해에는 이 학교 3학년 정충원군과 이준화양이 생물과 화학 국제올림피아드 한국 대표로 뽑히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김 교장은 "내년 2월이면 35년간의 교직생활을 마감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교육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며 "선생님을 잘하려 하면 끝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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