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파 인사를 육성하고 국가간 상호 문화이해의 폭을 넓힌다는 취지로 1967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 사업'이 오히려 반한파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가 일선 대학과의 조율이나 예산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국비 유학생을 유치하기 때문이다.이들 유학생은 각국의 명문대에서 최우등으로 졸업한 인재들로 귀국 후 각 대학의 한국학 교수나 기업체 정부부처 등의 한국담당 주요보직을 맡는 경우가 많지만 이들이 우리 정부의 국비유학을 통해 얻는 한국에 대한 인상은 오히려 '못믿을 나라'라는 것.
정부가 학사이상의 자격을 가진 외국인 학생들에 대해 까다로운 심의를 거쳐 선발, 월 생활비 60만원과 연간 연구비 40만원, 논문인쇄비 등 매년 1인당 800만~900만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원칙없는 행정으로 화(禍)를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9월 당초 입학하고 싶었던 연세대 국제대학원 국제관계학과를 포기하고 서울대 국제지역원 커뮤니케이션학과에 입학한 일본인 유학생 이다 미주미(31ㆍ여)씨는 "입학할 학교를 못찾아 서울시내를 떠돌 때는 귀국을 고려할 정도로 비참한 기분이었다"며 "한국 정부가 지키지 못할 약속을 공언해 스스로 국가 공신력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인도 명문 네루대에서 한국학을 전공한 뒤 1999년 12월 연세대 국제대학원 입학을 조건으로 방한했다 정원초과로 올해 서울대 국제지역원에 입학한 J(25)씨도 "연세대를 포기하고 서둘러 꾸민 3~4개 대학의 입학원서를 들고 낯선 서울시내를 헤맬 때는 '국제미아'가 된 기분이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들 유학생과 일선 대학들은 석ㆍ박사 과정에 앞서 거치는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불만을 쏟아 놓는다. 대부분 유학생들이 영어강의가 주를 이루는 소수의 국제대학원보다 학생 정원에 여유가 있는 일반 대학원에 진학해야 하기 때문에 원활한 한국어 의사소통은 기본.
하지만 어학연수 기간이 1년으로 한정돼 있어 석ㆍ박사과정 강의를 소화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관계자는 "이들만을 위한 별도의 영어수업을 편성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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