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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현대건설 '비상 시나리오'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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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현대건설 '비상 시나리오' 마련

입력
2001.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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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채권단이 성공적인 출자전환을 위해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비상 시나리오'까지 만드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소액주주 동의 확보를 위해 전직원 동원령을 내리는 한편 감자없이 시가로 출자전환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하지만 이는 출자전환까지 이르는 길이 그만큼 험난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어서 향후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비상 시나리오 마련

채권단은 다음달 1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감자 안건이 부결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액면가 이하로 시가 출자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주총 안건에 추가하기로 했다.

감자 없이 시가로 출자전환할 경우 물량만 늘어나 소액주주들에게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불가피한 차선책이라는 판단이다. 일단 시가로 출자전환해 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뒤 다시 주총을 열어 주식병합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두 가지 안이 모두 부결될 경우 법정관리 외에 뾰족한 묘책이 없는 상황. 다시 주총을 개최하려면 최소한 7주 이상이 소요돼 이 기간 동안 유동성 난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관계자는 "감자가 부결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지만 돌다리도 두들기는 심정으로 안건을 추가해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또 현대건설 임직원을 상대로 '전직원 동원령'을 내려놓은 상태다. 감자나 액면가 이하 시가 출자전환 등의 '특별 결의'사항은 총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에 대주주 지분(4분의 1 가량)만으로는 결의가 불가능한 상황.

채권단은 이에 따라 현대건설 직원들을 동원해 우리사주, 협력업체를 끌어모으는 한편 소액주주들을 직접 찾아가 위임장을 받아오도록 할 방침이다.

■넘어야 할 산 많다

채권단이 비상 시나리오까지 마련해야 할 만큼 현대건설의 출자전환은 순탄치 않다. 벌써부터 삐그덕거리고 있는 부분은 채권금융기관간 출자전환 분담률.

조흥은행 등이 채권액 신고를 하면서 담보채권을 뺀 신용채권만을 출자전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며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측에 이의를 제기했고, 투신권도 고객 펀드에 편입된 현대건설 채권을 출자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공동대책 마련에 나섰다.

회사채 신속인수분, 특정금전신탁 편입분 등의 출자전환 대상 포함 여부도 향후 '뜨거운 감자'가 될 소지가 높다. 이미 2월 하나은행의 특정금전신탁에 편입된 현대건설 기업어음(CP)의 만기연장 여부를 두고 치열한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소액주주 감자비율도 첨예한 사안이다. 채권단은 현재 현대건설 주가(700원 안팎)를 감안할 때 5대 1에서 7대 1 안팎의 감자비율을 검토 중이지만 소액주주를 설득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소액주주들이 완전히 등을 돌릴 경우 출자전환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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