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19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공산당 제9차 전당대회에서 지도부를 개혁파로 교체하는 등 개혁 개방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1996년 이후 5년 만에 열리는 이번 대회는 우선 당 서기장과 국가 주석, 총리 등 국가 지도자들을 모두 다시 선출하며 정치국원 19명과 당 중앙상임위원 170명도 함께 선출한다.
이번 전당 대회를 앞두고 베트남 공산당은 경제 개혁과 사회주의노선 고수, 어느 쪽에 중점을 둘 것인지를 놓고 혼선을 빚었다.
그러나 군과 보수세력의 지원을 받고 있는 레카피유 대신 개혁중도파인 농득만(60) 국회의장이 최고권력자인 당 서기장에 추천된 것으로 알려져 개혁 개방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레카피유 서기장은 개혁작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농득만이 서기장이 될 경우 개혁 부진에 좌절 사퇴의사를 밝혔던 판반카이 총리도 유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으며, 천득렁 국가주석도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주재 미국 상공회의소 피터 라이더 소장은 AP통신과의 회견에서 "베트남의 개혁은 이미 뿌리를 내렸지만 더욱 개혁적이고, 국제화된 인물이 당 서기장에 오르면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레카피유 현 서기장은 미국과의 관계가 원만치 못했으나 농득만은 대미관계가 원활해 미-베트남 무역협정 체결이 앞당겨지는 등 대외관계도 한층 부드러워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번 대회는 또 당 중앙상임위원회가 작성한 정치보고서를 토대로 향후 5년간 추진될 국가의 모든 정책을 점검할 계획인데 자본주의 경제를 위한 법 제도 정비, 국영기업의 민영화, 경제 개방 등을 어느 정도로 추진할 지 격렬한 내부 토론이 예상된다.
베트남 정부는 최근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등과 함께 빈곤추방계획을 마련하면서 외환거래 자유화, 무역규제 완화, 국영 기업 및 은행 개혁 등을 약속한 바 있다.
◈ 서기장 농득만은 누구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에 오를 농득만은 베트남 인구의 2.4%에 불과한 소수민족 따이족 출신이다. 70년 공산당 역사에서 소수민족 출신이 서기장이 되는 것은 처음이다.
구 소련에서 공부한 토목기사 출신으로 1963년 공산당원이 된 그는 1966년 박타이성의 토목위원회 위원이 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1986년 6차 전당대회에서 당 중앙상임위원이 됐으며 1996년부터 17명의 정치국원이 됐다.
1992년부터 국회의장을 지낸 그는 부패가 만연한 베트남에서 청렴한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으며, 합의에 의한 결정을 존중하는 온건한 인물이다. 또 친화력이 강하고 언변이 좋아 국민으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1940년 북부 박타이성에서 태어난 그는 출생시기가 중국에서 활약하던 호치민이 베트남으로 넘어와 지하에서 공산당 운동을 시작하던 때와 일치하는 데다 얼굴 모습까지 닮아 호치민의 숨겨진 아들이라는 소문이 퍼져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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