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쓰레기 하치장은 우리 시대가 일궈낸 문명에 대한 반명제의 집결소이다. 전혀 뜻밖의 방식이긴 하지만, 이곳에도 사랑과 게임의 방식이 있다.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투리니(57)의 대표작 '쥐사냥'은 이 욕망의 배설구로 관객들을 데려 간다.오늘 처음 만난 젊은 남녀가 이곳으로 데이트 왔다. 남자에게 이곳은 어느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가장 자유로운 곳이다.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는 쥐를 총으로 쏴 죽이는 취미까지 즐길 수 있다. 그는 다급하게 여자에게서 성욕을 채우려 하지만, 여자는 "우리는 아직 서로를 잘 모른다"며 거절한다.
이제 둘 사이에는 하나의 놀이방식이 생겨난다. 각자 갖고 있는 것들을 하나씩 보여주며 자기 존재를 이해시켜 가던 그들은 마침내 문명의 찌꺼기들을 쓰레기 더미 속에 버려 간다.
결국은 쓰레기가 되고 마는 도시문명, 섹스만을 탐닉하는 젊은 남녀의 유희 등을 통해 현대 소비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인간을 기계 부품으로 내모는 일상, 유명 브랜드에의 집착 등 자본주의의 역기능이 선명히 드러난다.
투리니는 이 작품으로 연극계의 샛별로 데뷔한 이래, 기층민의 시각에서 사회적 갈등을 다룬 일련의 작품들을 발표해오고 있다.
기층 언어의 여과 없는 수용, 직설적인 사회 비판 등의 성향 때문에 '불편한 향토 작가'라고 불리기도 한다. 임수택 연출, 정호 김선화 출연. 27일~5월20일 알과핵. 화~금 오후 7시30분, 토ㆍ일 오후 3시 6시(02)745-8833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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