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관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역사교과서 문제로 중국의 신경이 곤두선 가운데 일본은 23일부터 중국산 농산물 일부 품목에 대한 긴급수입제한 조치(세이프가드)를 잠정 발동한다.더욱이 리덩후이 대만 전총통의 일본 방문이 실현 단계에 접어 들어 중국에선 대일 반감이 들끓고 있다.
■교과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편찬한 중학교용 역사교과서의 검정과정에서 중국은 양국간 정치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검정 불합격을 직접 요구했다.
반면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한 후에는 외교부 당국자들이 수시로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도 주일대사의 소환 등 실제 행동에는 나서지 않았다.
미군 정찰기 사건으로 대미 관계가 악화한 가운데 대일 관계 마찰은 피해야 한다는 고려 때문이다. 때문에 이 문제가 표면에서 사라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을 낳았다.
■세이프가드
17일 일본 정부의 세이프가드 잠정 발동 결정이 불씨를 되살렸다. 대파와 생표고, 다타미(疊) 표면재료인 띠풀 등 3개 품목에 대한 세이프가드는 200일간 관세할당 방식으로 발동된다. 일정량까지는 현행의 3~6%의 관세를 부과하지만 그 이상에 대해서는 106~266%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
일본 정부는 고율 관세가 부과 이전에 대중 교섭에서 자율규제 등의 대안이 마련되리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중국 외교부는 즉각 반발하면서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보복 조치에 나설 경우 일본 공산품을 표적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일본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대만 문제
리덩후이 대만 전총통의 방일 문제는 불에 기름을 끼얹었다. 지난주 비자 신청을 받은 일본 외무성은 지난해 10월처럼 거부 의사를 전하면 이전총통이 스스로 신청을 취소할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심장병 검사'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낸 李전총통은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 정부의 간담은 쥐보다도 작다"고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친대만 보수파는 물론 여론도 방문 허용으로 기울자 퇴진을 앞둔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는 총대를 멜 결심을 굳혔다. 심장병 검사 외의 모든 활동을 금지한다는 조건이 붙겠지만 면회 형식의 접촉을 막기는 불가능하다.
중국의 반응은 분노에 가깝다. 95년 李 전총통 방미 당시처럼 대사 소환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대일 관계의 돌파구를 열려는 것""대만독립의 무대로 삼으려는 것"이라는 비난과 함께 '일본의 대만문제 간섭'이라는 시각까지 드러내고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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