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시와 김포시의 LPG충전소 분쟁은 혐오시설에 대한 공포의 산물이다. 임명직 기초자치 단체장 시대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이같은 현상은 혐오시설 중 하나인 충전소를 조금이라도 도심에 멀리 떨어져 짓게 해야 표를 잃지 않는다는 계산에서 비롯된다.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간, 또 같은 기초자치단체간 혐오시설 지정을 놓고 벌어지는 이번 분쟁은 김포시의 '밀어부치기'에서 시작됐다.
김포시는 1월16일 김포 나들목∼서울 강서구 개화동을 통과하는 48번 국도변에 무려 7개소에 달하는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 충전소 설치 계획을 마련해 공고했다.
김포시는 이어 2월8일에 이 고시에 덧붙여 "공고일로부터 20일 이후 시행한다"고 못박았다.
이 기간 중 부천시는 인천시 계양구 및 김포시와 충전소 위치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던 터라 김포시의 '일방적' 결정에 강력히 반발했다.
김포시가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에서 규정한 내용을 어겼다는 것이다. 이 규정은 도로가 2개 이상의 자치단체에 걸치는 경우 해당 자치단체장이 서로 협의하여 시설물 배치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는데 부천시와 김포시의 경계가 되고 있는 48번 국도 주위에 김포시 독단으로 충전소 설치계획을 공시한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부천시는 지난달 김포시를 상대로 경기도에 분쟁조정을 신청했고,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기초자치단체 간 법정 다툼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부천시 이재열 경제통상국장은 "우리는 중재결정에 따라 김포시와 재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는 있으나, 충전소 설치 계획 추진은 한동안 중단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재가 실패하고 이 문제가 법정으로 넘어간다면 충전소 설치는 길게는 수년간 기약없이 미뤄질 수도 있다.
최근 서울에서도 화장장과 납골당의 설치를 두고 이와 유사하게 기초자치단체 간 충돌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모두가 꼭 필요한 시설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지역 주민들로서는 소위 혐오시설이라는 것이 자신이 사는 동네에 유치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주민들의 투표로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의원들도 주민 반발을 의식해 더 강경하게 반대투쟁을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지자체간 갈등을 조율하고 현실적 대안제시를 통해 주민을 설득할 수 있는 권위와 역량이 우리나라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우선 이를 위한 자치단체장간 협의기구를 상설화하는 것은 어떨까.
이하영·경기 부천 부천21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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