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공군이 4조3,000억원이 투입되는 차세대전투기(F-X) 사업을 둘러싸고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어 사업추진에 진통이 예상된다.17일 군 소식통들에 따르면 기종결정을 포함해 전반적인 사업추진을 맡고 있는 국방부와 차세대전투기를 운용할 공군은 기종결정시기와 도입방법 등을 놓고 큰 이견을 보이고 있다.
우선 국방부는 당초 7월 중 기종을 최종 결정하려던 일정을 10월 서울에어쇼, 11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 등을 모두 마친 뒤 연말께로 늦추기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기종 대부분이 참여하는 서울에어쇼를 각 업체의 경쟁장으로 활용해야 하고, 환율이 오른 데다 한미국방장관간의 대화도 필요한 만큼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 이후로 늦추는 것이 협상전략에도 좋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공군측의 입장도 분명하다. 후보 업체들이 제시하고 있는 가격의 유효시한이 10월말인데 기종결정을 미룰 경우 다시 인상된 가격을 제시하기 때문에 사업비가 최소 2,000억원 이상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공군측은 국방부가 F-X 기종결정 시기를 늦추려하는 속셈은 육군의 차세대 공격헬기(AH-X)사업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의혹의 눈길까지 보내고 있다.
2조500억원이 투입되는 AH-X 사업이 우리 지형에 맞지 않는 무기라는 논란이 불거지자 육군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국방부 수뇌부가 F-X와 AH-X의 기종 결정시기를 비슷하게 맞추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공군이 3월말에 미 보잉사의 F-15K와 프랑스 다소사의 라팔, 유러파이터사의 EF-2000, 러시아 로스부르제니아사의 SU-37 등 4개 후보 기종에 대한 시험평가를 모두 완결했는데도 국방부가 결과보고를 늦추도록 했다"고 밝혔다.
완제품을 직구입할 것이냐, 기술이전을 받아 국내에서 조립생산할 것이냐 등 도입방법을 놓고도 이견이 빚어지고 있다.
국방부는 오는 6월 중 도입방법에 대해 최종 결정을 한다는 방침이지만 40대 중 일부는 기술이전을 받아 국내에서 조립생산하고 나머지는 직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공군은 국내 조립생산을 할 경우 사업비가 20~25% 늘어나고 품질보증도 자기책임으로 돌아가는 부담이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공군 고위관계자는 "무기도입은 이를 운용할 군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해 추진해야 하며 무엇보다 성능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며 "정치적인 판단 등 다른 요소가 작용할 경우 말썽이 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측은 "투명성과 경제성에 중점을 두고 추진한다는 것이 원칙이지만 협상전략을 위해 사업이 빨라질 수도, 다소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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