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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일 "데뷔 21년만에 모노드라마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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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일 "데뷔 21년만에 모노드라마 처음"

입력
2001.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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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연극만 해 왔지만 내가 과연 대중적 흡인력이 있는 배우인지, 부담이 앞서는군요. 연륜 쌓인 배우들의 선택 받은 통과의례라 해도 좋을 모노 드라마에 덥석 뛰어 들어도 좋을까 하는." 배우 강신일(42)이 데뷔 21년만의 첫 모노 드라마 '진술'로 재탄생한다.마흔넷 나이의 실존철학 교수에, 정신분열증 환자라는 극단적 인물이다. '병적 애도 반응에서 오는 망상' 에 사로잡힌 환자다. 8년 전 심장마비로 죽은 16세 연하의 어여쁜 아내를 잊지 못 한 나머지, 아내는 여전히 살아 있다고 믿으며 행동하는 것이다.

강씨는 그의 안타까움, 집착, 광기를 1시간 30분 동안 휴식 시간도 없이 한몸으로 연기해 내야 한다. "재혼해 새출발하라"는 처남을 죽이지 않았느냐는, 보이지 않는 수사팀의 집요한 질문에 대답해 가는 과정이다.

강씨의 무대를 쭉 지켜봐 온 문화 창작 집단 수다와 동숭 아트센터가 지난해 10월 그의 손을 잡아 끌었다. TVㆍ방송 출연을 마다 하고 연극에만 묻혀 살아 온 배우도 모노 드라마로 관객을 동원할 수 있다는 끈질긴 설득 위에, 연극 배우의 오기도 발동했다.

이 무대는 문학과 연극의 관련에서 매끄러운 신기록을 수립했다. 지난해 10월말 문학과지성사에서 단행본으로 발간된 하일지씨의 소설은 1주일만에 무대화를 위한 작업에 들어 갔다. 향후 3년간 원작자-제작자 간의 저작권 계약이 체결됐고, 각색 작업까지 따랐다.

하씨와 1월 첫대면한 이래, 거의 매일 동숭아트센터 연습장에서 만난 강씨는 이 작품으로 또 하나의 독특한 경험을 쌓게 됐다. 작가-배우간의 인간적 신뢰라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관계였다.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인 하씨는 "강씨의 진지함, 순수, 집중력이 새삼 감탄스럽다"고 말한다. 하씨는 10년전 '경마장에 대해 항간에 떠도는 말들'이라는 희곡을 쓰기도 했다.

취조에 대한 답변 형식의 극이지만, 수사 드라마는 아니다. 호텔 응접실을 연상케 하는 고급스런 분위기의 방을 신예 작곡가 한재권이 지은 탱고 음악이 감싸면서, 못다 이룬 사랑의 애상을 더해 준다. 말미에 이르러 진실이 밝혀진다. 새장가 들어 너의 삶을 찾으라는 말을 듣다 못해, 아령으로 처남의 머리를 내리치고 만 것이다. 우리 시대가 잃어 버린 순애보이다.

연극사적으로 이 무대는 추송웅의 '빨간 피이터의 고백', 주호성의 '술', 명계남의 '콘트라베이스' 이후 절멸되다시피한 남성 모노 드라마의 공백을 메우는 자리다.

개인적으로는 서울연극제 연기상, 서울국제연극제 연기상 등을 수상한 강씨가 쏘아 올리는 회심의 한판이다. 박광정 연출. 20일~6월 10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월~금 오후 7시 30분, 토ㆍ공휴일 오후 4시ㆍ7시 30분, 일 오후 4시. (02)741- 3991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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