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많이 수입하고, 더 많이 수출해서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이 바람직한 무역흑자다. 직접투자 역시 국내기업도 해외로 많이 나가고, 외국기업도 국내로 많이 들어오는 것이 이상적이다.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는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개방경제 시대에 대외거래 확대야말로 국민경제 규모와 고용을 확대시키고, 기업의 경쟁력을 촉진시키는 선순환의 원동력이지만, 한국경제는 거꾸로 퇴행을 거듭하고 있는 모습이다.
■쪼그라드는 수출입
환란기였던 1998년 우리나라는 390억달러의 흑자를 냈다.
기업연쇄도산으로 수출규모는 2.8% 감소했지만, 국내경기 침체로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수입이 35.5%나 줄어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최근의 수출입구조는 환란 당시를 연상케한다. 수출과 수입 모두 2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이다.
흑자는 내고 있지만 수출전선은 무너질대로 무너지고, 국내 투자기반은 파괴될대로 파괴되면서 경제의 왜소화만 가속화하는 것이다.
수출부진도 문제지만 수입위축은 더 문제다. 핵심부품 기술의 해외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나라로선 수입부진은 곧 기술개발과 투자의 동결, 나아가 경쟁력의 후퇴를 뜻하기 때문이다.
수입구조 변화는 더 악성적이다. 1ㆍ4분기중 공장가동과 가공수출을 위한 원자재는 0.5%, 설비투자를 위한 자본재는 4.4% 줄어든 반면 소비재 수입은 7.1% 증가했다.
생산적 수입은 줄어들고, 소비적 수입만 늘고 있는 것이다.
■뒤로 걷는 직접투자
환란극복의 원동력이었던 외국인투자의 둔화가 현저해지고 있다.
1ㆍ4분기 외국인투자액은 45억6,000만달러로 1년전 대비 65%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지만, 29억6,000만달러 짜리 SK텔레콤 지분매각분을 빼면 작년수준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외국인투자 둔화는 세계경기침체로 외국자본 역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탓도 있지만, 한국에 대한 매력이 그만큼 반감됐음을 의미한다.
외국인투자가 회복되지 못하면 국민 경제 전체가 외자유치 실패로 애로를 겪는 대우차의 복사판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추세라면 금년도 150억달러의 외국인투자유치 목표달성도 차질이 우려된다.
내국인 해외투자는 아예 정체상태다. 올들어 국내기업 해외투자는 월 1억달러를 겨우 웃돌고 있다.
내국인 해외투자는 1990년대초 수준으로 퇴보한 상태다. 국내투자도 못하는 상황에서 해외투자는 엄두도 못내는 것이 사실이지만, 해외투자의 결빙은 해외생산ㆍ판매 네트워크 붕괴 및 수출전선 파괴로도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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