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냐,수입소냐.호주산 소가 16일 국내에 처음 상륙함에 따라 한우와 수입소의 '소싸움'이 본격화하게 됐다. 수입쇠고기 개방이 전초전이었다면 이번 '살아있는' 소 수입은 국내 쇠고기시장을 둘러싼 토종과 외래종간 본 게임이 시작된 셈이다.
이미 국내 쇠고기 시장은 해마다 수입쇠고기 소비 비중이 높아져 한우를 포함한 국산 쇠고기의 설 땅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 쇠고기 수입이 일시 주춤하면서 75.4%(1998년)까지 반짝 솟았던 쇠고기 자급률은 99년 61.1%, 지난해 52.7%로 떨어졌다. 올해에는 시장이 전면 개방됨에 따라 더 떨어질 전망이다.
한우(육우 포함) 사육두수도 98년 238만 마리에서 99년 195만 마리, 지난해 159만 마리, 올 들어서는 147만 마리로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수입 쇠고기의 공세에 밀려 한우 사육이 크게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의 값 싼 소마저 국내에 들어와 '국내산 육우'로 판매될 경우 가격 및 품질 경쟁력 면에서 한우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날 인천항과 부산항에 들어온 호주산 소 가격은 수송비와 관세(41.4%)를 포함해 400㎏ 마리당 16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우 산지가격이 500㎏ 마리당 261만원인데 비하면 가격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수입업체인 농원식품 관계자는 "수입 냉장육에 비해서는 품질이 뛰어나고, 한우에 비해서는 낮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어 해볼 만한 승부"라고 말했다.
이처럼 수입 소와 쇠고기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자 정부가 적극 대응에 나섰다. 농림부는 이날 '한우산업 발전 종합대책'을 발표, 2010년까지 한우의 경쟁력을 일본 화우(和牛)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밝혔다.
우선 10년 동안 2조4,000억원을 투입, 한우의 사육두수를 225만 마리 수준으로 올려 국내산 자급률을 최소한 36%선에서 유지하겠다는 것. 특히 한우 품질개량을 통해 1등급 비율을 현재 52%에서 80%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농림부는 이를 위해 제주도에 총 1,100억원을 들여 111개의 송아지 생산목장을 조성하고 한우개량 생산기지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장기적으로 모든 한우에 대해 등록제를 도입, 철저한 혈통관리를 통한 품질 개량에 나서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한우 브랜드화와 유통시설 및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펴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가 94년 이후 거의 매년 한우 경쟁력 강화대책 또는 한우산업 발전대책을 내놓았음에도 한우의 사육기반이 계속 위축되어 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번 대책이 기대 효과를 거둘 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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