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4월17일 작가 이 상(李箱)이 도쿄 대학 부속 병원에서 폐결핵으로 죽었다. 향년 27세. 그의 마지막 말은 멜론이 먹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 상이 죽기 전날인 4월16일에는 그의 부친과 조모가 작고했다.이 상의 본명은 김해경(金海卿)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에서 공부한 뒤 조선총독부 내무국 건축과 기수로 일했다. 이 상이라는 이상한 필명을 지닌 이 작가는 일반 독자들이 보기에 충분히 이상한 소설과 수필과 시를 썼고, 그 이상함으로써 자신의 아우라를 만들어냈다.
그 아우라를 만들어낸 것은 그의 이상한 작품들만이 아니다.
그의 각혈, 요절, 선병질, 고독의 포즈, 조선미술전람회 입선, 제비 다방, 카페 '학'과 '69', 금홍과의 동거, 변동림과의 결혼, 누이 옥희와의 우애, 박태원ㆍ구본웅과의 우정, 9인회 활동, 후테이센진(不逞鮮人)으로서의 피체(被逮)와 병보석 등 이 모든 것들이 그 아우라의 질료를 이룬다.
그 아우라를 걷어낸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은 전근대적 식민지 조선을 서유럽의 모더니스트로 살고 싶었던 한 젊은이의 멋부림과 좌절감과 신경질일 것이다.
이 상의 산문 작품들 가운데 많은 부분은 그가 죽기 한해 전인 26세 때 집중적으로 쓰여졌다.
예컨대 '날개''종생기''지주회시 ''봉별기''권태''실화'등이 그렇다. 그 가운데 '날개'는 이 상의 작품들 가운데 비교적 덜 이상한 작품이고, 꼭 그 이유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가장 널리 읽히는 작품이다.
서울 관철동에서의 금홍과의 동거 생활에서 소재를 취한 듯한 이 일인칭 소설의 도입부에서 화자는 자신이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라고 암시한다. 이 상은 동시대인들이나 후세인들이 자신을 그렇게 보아주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는 소망을 이룬 것 같다.
고종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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