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짜리 광고 한 편은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을 거쳐서 세상에 나오게 된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로 나뉘어져 각자의 역할을 다함으로써 '작품'이 완성되는 것이다. 광고계에 몸담고 있는 광고인들을 분야별로 소개한다./편집자주
13년째 광고업계에 몸담아온 카피라이터인 박광식(39ㆍ사진) 대홍기획 크리에이티브6팀장의 최근 '작품'은 '날 물로 보지마'로 유명한 '2% 부족할 때' 시리즈. 사실 '2%.'의 성공은 독특한 제품 이름과 유행어가 된 카피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쟁사에서 비슷한 음료수가 나온 뒤 출시한 탓에 자칫하다간 '모방 음료'로 밀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처음으로 선보인 '2%.' 광고는 그러나 박팀장의 표현대로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CF가 돼버렸다. 그렇다고 마냥 실망할 수만은 없는 일.
박팀장은 제작팀과 머리를 맞대고 다음 광고를 논의했다. 탤런트 전지현을 캐스팅한 두번째 광고는 "넌 이게 물로 보이니?"라는 카피로 소비자의 입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어 '날 물로 보지마', '난 노는 물이 달라'가 히트를 치면서 '2%.'는 국내 음료 역사상 최단기 최다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2%.' 카피가 빠르게 유행할 수 있었던 것은 구어(口語)를 대사로 사용했기 때문. "물이 좋다" "물먹었다"는 식의 은어가 생활 속에서 자주 쓰이는 말이지만, 화면 너머에서 이런 '날것 같은' 구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시도는 '금기를 깨뜨리는' 의식이었다.
그는 이런 '역발상'을 후속광고에서도 이어가고 있다. 정우성과 장쯔이가 번갈아 악을 쓰는 시리즈 광고는 톡톡튀는 대사가 돋보였던 전작을 뒤엎고, 영화 속 장면을 변주하는 '지독한 감성광고'로 돌아섰다.
그가 특별히 애착을 갖는 카피 중 하나는 캔커피 레쓰비 CF의 '그녀가 아름다운 건 내게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다소 긴 카피를 '작품'으로 꼽는 것은 삶의 이면을 짚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좋다는 평범한 명제 대신 잠시 떨어져 있을 때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는 순간적인 깨달음을 담아낸 것이다.
박팀장은 "거꾸로 볼 때 더욱 잘 보인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잠깐 동안의 유행어를 만들어내기보다 '시대를 통찰하는 진실'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21세기 광고가 갖는 문화적인 파급력을 너무나 뼈저리게 느끼기 때문이다. "내가 만든 것 중에는 좋지 않은 광고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면서도 박팀장은 "넘어지기도 하고 또 일어서기도 하는 과정이 쌓여 인생을 함축하는 한줄의 카피가 나오는 것"이라고 믿는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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