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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 금리 '마이너스' / 세금빼면 금리 4%대…2분기 물가상승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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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 금리 '마이너스' / 세금빼면 금리 4%대…2분기 물가상승 5%

입력
2001.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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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자가 물가상승에도 못 미치는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가 도래했다.최근 은행 수신금리가 내림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연 5%에 육박할 것으로 보여 가계의 입장에서 2ㆍ4분기의 실질금리는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현재 은행의 1년제 명목 정기예금 금리는 연 5.5~5.8%. 여기서 이자소득세(16.5%)를 제외하면 실제 이자는 연 4.5~4.9%에 불과하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가 될 경우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0.5~0.1%가 되는 셈이다. 이처럼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를 보이는 것은 경제개발 이후 처음이다. 이제 돈을 은행에 예치해 놓고 있으면 있을수록 손해를 보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 경기회복 걸림돌 우려

한국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작년 동기 대비 4.2~4.4%를 기록했던 올 1분기 중 소비자물가상승률은 환율 상승과 공공요금 인상의 영향으로 2분기에는 5%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수신금리는 계속 하락, 올 2월 5.43%였던 은행권 평균 수신금리는 최근 5%초반까지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연 5.25%였던 콜금리가 올 2월 5.0%로 하락한 이후 채권 금리가 급락(채권값 상승)하면서 은행들이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저금리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저금리 시대의 가장 심각한 부작용은 시중자금이 갈 곳 없이 떠돌고 있다는 것이다. 돈은 넘쳐 나지만 재투자 자원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어 경기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종전에는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떨어지면 자금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으로 이동했으나, 최근에는 주식시장 침체와 채권시장 불안으로 자금이 흐르지 않고 있다.

대신 투신사의 초단기예금인 머니마켓펀드(MMF)와 은행 수시 입출금식 예금 등 초단기 상품에 머물며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 헤매고 있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3월 중 MMF 수신은 3조3,385억원이 늘었으며 은행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1조8,448억원, 6개월 미만 은행 정기예금은 1조913억원, 양도성예금증서(CD)는 899억원 등 단기상품(6개월 미만)이 6조3,646억원이나 증가했다.

시중 자금이 단기화하면서 은행들도 기업들에 대한 자금공급을 단기적으로 운용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될 조짐이다. 기업들의 현금 흐름이 좋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유동성이 나빠질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최근 소비 위축으로 기업들의 매출이 크게 줄어 경영이 급속도로 악화하는 기업체가 증가하고 있다"며 "최근 금융회사들은 매출 실적이 상승하는 기업에게는 자금을 넉넉하게 지원하지만, 매출이 줄어드는 기업에게는 기존 장기성 자금도 단기성 자금으로 바꾸고 규모도 크게 줄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 임대 오피스텔 등 부동산에 돈 몰려

시중자금 단기화와 함께 최근 나타나는 두드러진 현상은 부동산에 돈이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일 분양을 시작한 서울 광화문 '쌍용 플래티넘 오피스텔'은 5일만에 전체 물량 229가구의 90%인 206가구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분양을 시작한 서소문의 'SK 바비엥 서울'도 90가구 중 80가구 이상이 계약됐다.

신규 아파트와 부동산 경매시장, 토지시장에도 오랜만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9일 실시된 청담동 '오페라하우스' 분양에서 30평형은 접수 첫날 189대 1의 청약률을 기록했다. 은행들이 판매하고 있는 부동산투자신탁도 날개돗친 듯 팔리고 있다.

일부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저금리로 인해 시중 자금이 '대기상태'에 있기 때문에 해외변수 등이 가시고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기 시작할 경우 '빅뱅'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조흥은행 서춘수(徐春洙) 재테크팀장은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시대에 접어들자 '대박'을 좇으려는 성향도 늘어나고 있다"며 "그러나 금융불안기일수록 안전성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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