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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대기업에 발목잡힌 '클린뱅크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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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대기업에 발목잡힌 '클린뱅크化'

입력
2001.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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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손실 1,172억원, 쌍용양회 손실 2,714억원.' 산업은행이 최근 내부 업무현황 보고서에서 분석한 결과다. 현대건설과 쌍용양회에 출자전환과 금리감면을 해주기로 한 탓에 산업은행 한 곳에서만 4,000억원 가까운 손실이 발생하게 됐다는 얘기다.'모든 은행의 클린뱅크화'를 목표로 한 정부의 2차 금융구조조정이 올들어 터진 대기업의 부실로 휘청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회사 설립, 국민ㆍ주택 합병 등 은행간 이합집산이 윤곽을 드러내고 각 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등 2차 금융구조조정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지만 현대, 쌍용 등 대형 악재들이 꼬리를 물면서 몇몇 은행들의 경영정상화가 위협받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추가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위원회는 최근 당정회의에서 "현대건설 출자전환시 채권단 순손실은 2,8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지만 산업은행 한 곳에서만 1,100억여원의 손실이 예상되는 등 금융권 전체로는 손실이 1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산업은행은 자체 보고서에서 이자 감소 212억원, 대손충당금 부담 증가 960억원 등 총 1,172억원의 손실을 예상했다. 지난해 10월말 기준 산업은행 출자전환 대상 여신(1,636억원)이 금융권 전체 여신(1조5,821억원)의 10% 가량인 만큼 산술적으로 볼 때 금융권 전체 손실은 1조원 이상에 달한다는 얘기다.

쌍용양회에 대한 출자전환 및 금리감면 조치로 인한 금융권 손실도 1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4,000억원의 부채를 출자전환하는 산업은행이 자체 추정한 손실 규모는 대손충당금 부담 증가분 2,422억원 및 금리인하에 따른 이자 감소분 292억원 등 총 2,714억원.

조흥은행(4,000억원), 한아름종금 및 서울보증보험(각 3,000억원) 등 출자전환에 참여하는 다른 금융기관들의 손실도 이에 버금갈 것으로 예상되며 나머지 금융기관들도 이자감면에 따른 손실은 감수해야 할 처지다.

이밖에 현대전자에 대한 수출환어음(D/A) 한도 확대 및 여신 만기연장, 현대석유화학에 대한 1,150억원의 신규자금 지원 및 만기연장, 쌍용건설에 대한 4,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 등 올들어 은행권 추가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금융계는 이에 따라 상당수 은행들이 각종 경영지표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 현대와 쌍용의 주채권은행인 외환과 조흥은행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출자전환이 마무리 된 반기결산(6월말)에는 유가증권 평가손실 뿐 아니라 추가 충당금 적립에 따른 부담이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에 몇몇 은행들이 BIS비율 등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자칫 그동안 추진돼온 각 은행의 경영정상화 작업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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