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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법위에 선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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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법위에 선 경찰

입력
2001.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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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옷을 벗고 누워있던 노조원들에게 쏟아지는 경찰의 무자비한 곤봉과 방패, 군화발 세례.. 지난 10일 인천 부평 대우자동차 공장 앞에서 벌어진 장면은 10여년 세월을 되돌린 권위주의정권 시대의 정확한 재연이었다.'무(無) 최루탄'이니, '립스틱 진압'이니 하며 애써 만들어보려던 새로운 '시민의 경찰' 이미지마저 깨끗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당시 투석이나 화염병 시위도 없었다. 노조원들은 단지 법원의 결정에 따라 합법적으로 가두행진을 하며 노조사무실에 출근하던 길이었다.

경찰은 "수백명이 구호를 외치며 행진해 불법시위로 판단했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변호사가 법원 결정문까지 제시한 대열을 불법시위군중으로 판단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경찰도 결국 "노조원의 집단출근 행위를 막지 않겠다"고 말해 봉쇄조치의 불법성을 자인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경찰의 폭력진압은 최근 화염병시위자에 대한 고무총탄 사용, 취업제한, 계좌추적 등 정부의 잇따른 초강경 대응자세와도 결코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경찰은 으레 그래왔듯 관할 서장을 직위해제하고 보도자료 한장을 배포, 내키지 않는 사과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전경 몇 명의 흥분에서 비롯된 것'으로 치부해버릴 사안이 아니다.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공권력 남용사건이다.

정부는 누가 봉쇄조치를 결정하고 해산진압 명령을 내렸는지 등을 가려 엄중하게 책임을 지워야 한다. 실무자 몇명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 정도로 얼렁뚱땅 넘어가려다가는 경찰개혁은 물론이거니와, 정부의 도덕상까지도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배성규기자 vega@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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