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가 13일 김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에서 오찬회동을 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장례식후 22년 만이고 박 부총재의 정계 입문후 처음.첫 대면순간부터 ‘비주류’를 화두로 이심전심의 덕담이 오가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흘렀다. 김 전 대통령이 먼저 “과거 야당시절에는 낭만이 있었다”면서 “이제는 정직하고 정의로운 말을 해도 독설이라고 한다고 하자 박 부총재는 “요즘은 바른말 하면 비주류로 분류된다”고 화답 했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야당총재를 오래 했지만, 언제나 비주류에게 당직이나 공천을 40%는 주었다”고 말했고, 박 부총재는 다시 “그땐 비주류도 낭만이 있었군요”라고 받았다.
이후 2시간 가까이 계속된 단독오찬에서 김 전 대통령은 “다음 대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 선거로, 국민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박 부총재와 박종웅 의원이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강한 야당이 되기 위해선 비주류가 강해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이회창 총재의 당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했다고 박 의원이 전했다.
박 부총재는 “대통령이 되면 누구나 나라를 위해 애를 쓰지만, 마음대로 안 되는 일도 많으니 이해해달라”면서 부친인 박 전 대통령과 김 전대통령과의 화해도 시도했다는 후문이다.
두 사람 모두 이날 회동에 만족감을 표시해 여운을 남겼다. 김 전 대통령은 “여러 면에서 의미 있는 자리”라고 말했고 박 부총재도 “만나 뵙길 잘했다”면서 “앞으로 기회 있을 때마다 찾아 뵙고 조언을 구하겠다”고 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한나라반응 "둘다 영향력 강화 의도"
김영삼 전 대통령과 박근혜 부총재의 회동에 대해 한나라당은 겉보기에는 담담한 모습이지만 속내는 그리 편치 않은 듯 하다. 두 사람의 만남이 자칫 반창(反昌) 연대의 가시화 조짐으로 해석될 수 있는 탓이다.
한 당직자는 "두 사람 모두 가만 있기 보다는 움직이면서 공간을 넓히려는 게 아니냐"며 "한나라당의 원심력을 최대한 키워 영향력을 미치고자 하는 YS와 당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박 부총재의 의도가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당직자는 "YS가 이 총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아니냐"고 했다. YS가 박 부총재를 반창 연대 구축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이다.
권철현 대변인은 이날 "박 부총재가 김 전 대통령을 만나는 것에 대해 당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건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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