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불안해지고 환율이 급등하면서 올해 경영전망이 어두워지자 재계가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경기침체→투자축소→내수위축의 악순환 고리가 우려됨에 따라 재계는 올해 실적 전망치를 낮춰 잡고, 투자일정을 재조정하는 한편 경비절감ㆍ구조조정 등 '전방위 수비전략'을 짜고 있다.삼성전자는 당초 올해 7조7,000억원으로 잡았던 투자계획을 1조원 이상 줄이기로 하고, 반도체 부문에 대한 투자조정에 이미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또 원가 30% 절감,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 등 수익성 향상 노력도 병행키로 했다.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은 최근 1ㆍ4분기 수출목표가 당초 계획보다 저조하자 "국가경제를 위해서라도 올해 수출목표인 250억달러를 꼭 달성하자"고 독려하기도 했다.
포항제철은 투자규모와 경비를 줄이고 외화부채를 조기 상환키로 했다. 포철 관계자는 13일 "환율급등과 원가 상승, 제품가 하락 등으로 연초 발표한 1조2,000억원 순익 목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고 밝혔다.
포철은 2조4,000억원의 올 투자비를 2조원으로 줄이고, 17억달러의 외화표시 부채를 연내에 14억달러까지 줄이기로 했다.
올초 경영계획에서 내실경영, 유동성 확보를 천명했던 SK도 최근 경제상황이 악화하자 투자 자제, 비수익 자산 매각 등을 추진키로 했다. SK㈜의 경우 6,300억원의 투자목표치중 설비투자분 1,800억원을 시설보수쪽으로 돌리기로 했다. 삼성전기도 4,300억원의 투자계획을 수정하고, 취약 사업부문에서는 과감히 철수할 방침이다.
환율전망도 긴급수정돼 경영전략에 반영되고 있다. 대기업들은 지난해말 달러당 1,100원 안팎의 환율전망을 근거로 사업계획을 짰으나, 최근 환율이 급등하면서 달러당 1,500원의 환율전망에 근거한 비상 시나리오까지 마련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현재 달러 중심의 외환관리 체계를 유로화 등 해외 법인별로 다변화하는 등 외환관리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비상경영 체제에 임직원들을 동참시키기 위해 '구호성 목표'를 제시하는 곳도 있다.
삼성SDI는 비용을 지출할 때 3번 생각하고, 꼭 필요할 때는 30% 줄이며, 효과는 300%이상 거둔다는 '3ㆍ3ㆍ3' 운동을 펼치고 있다.
올 1ㆍ4분기 수출이 20% 이상 줄어든 종합상사들은 연간 계획을 재검토하면서 신시장 개척 등 비상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반면 2~3년간 수주물량을 이미 확보한 조선업계는 최근의 환율상승을 최대한 활용, 당초 실적전망치를 높여잡고 있다.
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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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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