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시위 진압에 과격한 발상과 행태를 보이고 있다. 늘어나는 사회 불안 요소에 강력하게 대응하기 위한 측면이 있지만, 그 정도가 민주적 법치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은 큰 문제다.경찰이 과격한 행태로 법과 공권력의 정당성을 훼손할 경우, 사회 갈등과 불안을 오히려 부추길 위험이 크다. 정부는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고, 늦기 전에 엄격한 통제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10일 인천 부평 대우 자동차 노조원들을 경찰이 강제 해산하는 과정에서 보인 과격성은 충격적이다. 현장을 담은 비디오와 사진을 보면, 법질서 유지를 위한 적절한 물리력 행사로 볼 여지가 없다.
법원 결정에 따라 합법적으로 회사에 들어 가려는 노조원들을 마구잡이로 집단 폭행하는 장면은 시위 진압과는 거리 먼 폭력 사태로 비칠 정도다.
과격 시위를 벌이지 않았고 저항 수단도 없는 노조원들을 방패로 찍고 진압봉으로 때려, 뼈가 부러지고 유혈이 낭자하게 만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경찰은 노동계와 변호사 단체 등이 거세게 항의하자, 거듭된 시위대와의 충돌로 감정이 격해진 진압 경찰을 현장 지휘관들이 제어하지 못한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단순히 젊은 전ㆍ의경이 주축인 진압 경찰을 통제하지 못해 일어난 우발적 사태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부평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경찰의 과격 행동이 문제됐다고 한다. 시위대에 전경이 돌을 던져 중상을 입히고, 성당에 난입해 일반 신도와 사제까지 폭행한 일이 있었다.
이번에도 법원 결정에 따른 합법적 행동임을 설명하는 변호사까지 뭇매를 가했다.
이런 행태는 현장 지휘관까지 근로자 시위는 무조건 진압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고, 과격 시위에는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사고 방식과 관행을 의심하게 한다.
부평 뿐 아니라, 지난달 서울 종로 2가 전국 민중대회 등 여러 시위 현장에서 무리한 강경 진압이 두드러졌다.
우리는 이런 경찰 과격화의 근본에 이중적인 시위 대처 방침이 작용한다고 본다. 경찰 지휘부는 최루탄 사용 금지 등 유연한 대응을 자랑 삼으면서도, 경제 불안에 따라 불가피한 근로자 시위에 지나치게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또 화염병에 대응한다며 인명피해 위험이 큰 고무 충격탄을 도입하는 등 시위 현장을 살벌하게 몰고 간 느낌이다.
이런 모순된 방침이 진압 경찰의 과격화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와 경찰은 생존권을 다투는 근로자 시위에 민주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을 여러 차원에서 훨씬 더 심각하게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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