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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달리기가 좋은 사람들 박영석-방선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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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달리기가 좋은 사람들 박영석-방선희씨

입력
2001.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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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달리기가 붐이다. 달리기 인구만도 20여만명을 넘었고 아마추어 동호인 클럽도 전국에 10여개 생겼다.국내 첫 달리기 동호회를 만든 박영석 서울마라톤클럽 회장과 마라톤 선수 출신으로 일반인을 위한 달리기 강습에 나서고 있는 방선희씨가 달리기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 박영석

1929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났다. 59년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호남비료, 한국종합화학을 거쳐 남해화학에서 일하다 86년 이사로 퇴직했다. 97년 12월 달리기 동호회 '서울마라톤클럽'을 만들었다.

◈ 방선희

1972년 경기 파주에서 태어났다. 성보여상, 부산외국어대, 동아대 대학원 졸업. 89~97년 마라톤 국가대표로 97년 동아마라톤대회 우승을 했다. 마라톤 선수인 이의수(29ㆍ국민체육진흥공단)씨와 지난해 결혼했다.

-요즘 달리기가 붐입니다.

▲ 박영석= 사실은 2~3년 전부터 달리기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97년 달리기 동호인 20여명이 모여 서울 마라톤 클럽을 만들었는데 2~3년 후 일산 분당 경기 등 각 지역에 달리기 모임이 생겨 지금은 전국에 10여개나 됩니다.

아마추어 클럽이 주최하는 마라톤 대회도 98년 처음 생겼고 올 5월에는 마라톤 전문잡지까지 창간된답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일어나는 자연스런 현상이지요. 미국은 달리기 인구가 2,000만명, 일본은 800만명 등 선진국으로 갈수록 달리는 인구가 많거든요.

우리는 20만명 정도인데 요즘 추세라면 5~6년 후에는 100만명은 넘지 않을까 합니다.

▲ 방선희= 전에는 일반인들이 마라톤 풀코스 42.195㎞를 뛴다는 것을 누가 상상이나 했나요.

그런데 요즘엔 각종 달리기 대회마다 일반인 참가자가 줄을 잇고 완주자도 많아졌어요. 제게 오는 강습요청도 많이 늘었습니다.

-달리기와 마라톤을 시작한 계기는요.

▲ 박영석= 저는 운동을 무척 싫어한데다 배도 나오고 심장이 안 좋아서 여름에 육교만 올라가도 숨이 찼어요. 만성 소화불량에다 감기는 거의 달고 살았죠.

제가 오십이 되던 해니까 79년이었을 겁니다. 집사람이 어느 날 운동화랑 운동복을 던져 주더니 운동을 시작하라는 거예요.

집사람 소원이라도 들어주자는 생각으로 집 근처 학교 운동장에 나갔죠. 200㎙가 한 바퀴인 운동장을 3분의 2 정도 뛰었는데 숨이 헐떡거리데요. 간신히 3바퀴 돌고 끝냈는데 너무 부끄럽더라구요. 그 날부터 작심하고 뛰기 시작한 게 20년이 넘었네요.

집 사람도 90년대 초반 고혈압을 다스리려고 뛰기 시작해 벌써 10년째입니다. 요즘은 하루에 10~25㎞ 뜁니다.

▲방선희= 저는 고1 때 운동을 시작했어요. 중학교 3학년 때 86아시안게임에서 임춘애 선수와 장재근 선수가 그렇게 멋져 보였습니다.

원래 체육을 좋아해 육상을 하겠다고 부모님을 졸랐지요. 운좋게도 임춘애 선수를 키웠던 성남 성보여상의 김번일 선생님을 소개받아 운동을 시작했지요.

그때까지 대회 한 번 나간 일 없는 '일반'학생이어서 남보다 두 배로 연습을 해 운동을 시작한 지 1년만에 중장거리 국가대표가 될 수 있었고 대학졸업 무렵 마라톤을 했지요.

지금도 파주시청 소속 선수이지만 일반인들을 위한 달리기 강습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사회 체육이 발전해야 엘리트 체육도 발전하니까요. 요즘도 하루에 20~30㎞는 뜁니다.

-달리면 어떤 효과가 있나요.

▲ 박영석= 달리기를 시작하고 3개월이 되니까 소화가 잘 되고 6개월을 뛰니까 배가 쑥 들어가고, 감기 같은 잔병치레도 안 하게 되더군요.

제가 165㎝에 70㎏를 넘었는데 이제는 59㎏입니다. 보다 소중한 것은 정신적인 희열이죠. 또 자기정리가 되고 생활에 필요한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어 좋습니다.

▲ 방선희= 저는 마라톤을 하면서 자기절제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자기 체력이나 스피드의 한계를 모르고 무리하면 목표를 이룰 수가 없거든요. 박 선생님은 달리기 방법을 어떻게 터득했습니까?

▲박영석= 처음에는 무작정 뛰었는데 우연히 집 근처에서 마라톤 선수들이 연습하는 것을 보았어요. 한 선수가 발은 땅을 스치기만 하면서 뛰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멋있더라구요.

그래서 그 선수에게 요령을 물어보니 다리로 뛰는 게 아니라 몸 전체로 뛰는 거라면서 '허리를 쭉 펴라'는 등 몇 가지 요령을 가르쳐 줬어요.

나중에 그 선수가 유명한 김재룡 선수라는 것을 알았어요. 달리기에 매료되니까 외국출장을 가면 달리기 관련 책, 잡지를 사모으고 운동생리학이나 해부학 등도 공부하면서 비결을 터득했습니다.

▲ 방선희= 마라톤 풀코스도 몇 번 뛰셨지요.

▲ 박영석= 한강 둔치에서 달리면서 만난 분 중에 청량리에서 청과물 도매상을 하는 전명환씨가 있는데 이 분이 부추겨 68세때인 97년 처음 뛰었죠. 5시간 1분만에 완주했습니다. 이때 마라톤의 희열 같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까지 12번 뛰었습니다.

▲ 방선희= 사실 선수들은 완주한 후 희열이 그렇게 크지 않아요. 또 선수생활 중에는 너무 혹사당하니까 은퇴 후에 취미로 뛰는 사람들이 드물죠.

_ 주로 어떤 사람들이 달리기를 즐깁니까.

▲ 박영석= 우리 클럽만 봐도 직업, 나이, 성별에 상관없이 달리기를 좋아하더군요.

우리 클럽에는 영동세브란스병원 내과의사도 있고 구미LG전자 마라톤 동호회에는 물리학자도 있구요. 20대부터 저 같은 70대까지 다양합니다. 하지만 30~40대 남성의 호응도가 가장 큰 것 같아요.

▲ 방선희= 강습을 하다보면 40대 남성들이 달리기에 많은 관심을 보였어요. 건강에 적신호가 오는 나이인데다 보통 생활이 안정돼 가장 무미건조한 시기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달리기는 끝없이 목표를 세울 수 있는 운동이라 매료되는 것 아닌가 합니다. 또 달리기는 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정직한 운동이고 준비 과정도 필요없어 저렴하게 즐길 수 있지요.

_ 달리기를 하다보면 아쉬운 점은 없습니까.

▲박영석= 달리기 인구는 늘어가는데 도시기반 시설은 거의 없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뛰기 좋은 길이 남산 순환도로와 한강변인데 한강 둔치의 자전거 도로인 우레탄 도로가 너무 좁아요.

집 근처에서 뛰고 싶어도 인도가 너무 좁고 차량 운행이 많아 아예 포기하게 돼요.

▲ 방선희= 달리기 대회가 너무 선수 위주로 진행되서 아마추어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것도 아쉽지요. 3시간 이상 뛰다보면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른데 아무 것도 준비해두지 않잖아요.

-달리기를 시작하시는 분들게 뛰는 법을 조언해주신다면.

▲ 방선희= 우선 뛸 때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보폭은 좁게, 뒷꿈치가 먼저 땅에 닿고 앞부분이 나중에 닿는 방법으로 뛰면 됩니다.

팔은 어깨 힘을 빼고 앞뒤로 똑바로 흔들고 시선은 전방 15~20㎙를 주시합니다. 마음이 앞서서 무리하면 안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 박영석= 지나치게 목표를 높게 잡아 기록에 신경을 쓰다보면 무릎연골이 상하기 쉽습니다.

일단은 가벼운 마음으로 뛰기 시작해 꾸준히 3달만 뛰어보십시오. 몸과 생활에 좋은 변화가 올 것입니다.

노향란기자

ranh@hk.co.kr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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