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고급지식을 가진 범죄인을 소년원생 교육에 활용한다”는 이이제이(以夷制夷)식 판결을 내렸다.서울지법 형사9단독 김홍준 판사는 13일 컴퓨터 해킹 혐의로 구속기소된 I대학 대학원생 이모(27) 피고인에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죄를 적용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소년원생들의 컴퓨터 교육에 봉사하라”며 사회봉사 120시간을 함께 선고했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용역 회사가 납기일을 독촉하자 앙심을 품고 컴퓨터를 해킹한 죄질이 나빠 실형 선고를 놓고 고민했다”며 “피해자측과 합의한 만큼 집행유예를 선고하지만 집행유예로는 처벌효과가 적은 만큼 사회봉사 명령을 함께 내린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재판을 마친 뒤 “죄의식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화이트칼라층 피고인을 소년원생 교육에 활용하면 소년원생에게 도움이 되고, 피고인 자신도 교화되는 장점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피고인은 학원 프랜차이즈 사업용 프로그램 개발 용역을 맡긴 K사가 지원은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서 납기일만 독촉하자 K사의 컴퓨터를 해킹, 관리 파일 및 데이터베이스를 모두 삭제한 혐의로 지난 3월 구속기소됐었다.
한편 법무부는 전문지식을 가진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를 소년원 뿐만 아니라 보호관찰소에도 투입, 원생 교육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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