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는 정찰기 승무원 석방과 관련, 중국 정부와 비밀거래가 없었다고 밝혔다.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은 11일 밤 ABC방송에 출연, "승무원 석방은 조지프 프루어 주중 대사가 전달한 공식서한에 근거해 얻어낸 것"이라면서 대만에 대한 이지스함 판매, 중국에 대한 항구적 정상무역관계 부여 등은 논의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라이스 보좌관은 "비밀 협상이 없었음을 미국인들에게 확실히 단언한다"고 덧붙였다.12일 오전 하이난(海南)섬을 떠난 정찰기 승무원들은 이날 해군의 환영을 받으며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 도착, 2시간 가량 휴식을 취한 뒤 하와이로 향했다.
승무원들은 괌으로 가는 콘티넨탈 여객기내에서 의료진으로부터 건강 검진을 받았으며, 정보기관 관계자들로부터 중국 전투기와의 충돌상황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고 미 국방부 관계자가 밝혔다.
승무원들은 괌에 머무는 동안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고, 식사를 했으며 C17 수송기 편으로 하와이 호놀룰루의 히캄 공군기지로 향했다. 미군 당국은 앤더슨 기지 주변을 봉쇄, CNN 방송 외에 보도진의 접근을 차단했다. 승무원들은 하와이 진주만 해군기지에서 조사를 더 받은 뒤 일요일인 15일께 미 본토 시애틀의 위드비 해군기지로 귀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승무원 출발 소식을 대통령 전용기에서 보고 받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라이스 안보담당보좌관 등에게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했다. 우리팀은 사고를 위기로 만들지 않았다"면서 외교안보팀을 칭찬했다고 백악관의 한 관리가 전했다.
중남미 순방차 이날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에 도착한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은 정찰기 승무원 송환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브라질 주재 중국 대사관은 그의 도착에 앞서 江 주석이 중국 정부의 미군 석방에 대해 말할 것이라고 밝혀 취재진의 기대가 한껏 부풀었으나 江 주석은 도착 후 브라질 관리들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뒤 공항을 떠났다.
이날 아침 승무원들은 버스를 타고 영빈관을 떠나 하이난섬 하이코우 공항에 도착, 곧바로 여객기에 올랐다. 영빈관 밖에는 주민들이 몰려들어 미국의 패권주의와 중국 정부의 양보를 비난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프랑스의 르몽드는 12일자에서 중국은 미국을 굴복시키는데 성공한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이번 사태를 '승리'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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