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 선수에서 테니스 후견인으로.' 한국테니스 사상 최초로 메이저대회 16강 고지를 밟았던 이덕희(48)씨가 테니스꿈나무 육성에 두 팔을 걷어부쳤다.1979년 경희대 대학원을 졸업한 후 "나도 세계적인 선수와 맞설 수 있다"는 자신감 하나만으로 태평양을 건넜던 이씨는 선수로서, 또 사업가로서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81년 US오픈 여자단식 16강에 올랐고 이듬 해 세계랭킹을 34위까지 끌어올렸던 이씨는 10년전부터 캘리포니아주 LA근교에서 가든스위트호텔을 운영, 매년 1,000만달러 이상 매출을 올리는 호텔경영인으로 탈바꿈했다.
라켓을 놓은 지가 19년이 지났지만 이씨의 테니스사랑은 꺼지지 않았다. 지난 해 여자테니스 대표출신들의 친목모임인 '마당회(회장 양정순)'에 나갔다가 국내 주니어테니스의 고충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후원자로 나서기로 결심했다.
결국 이씨 덕분에 IMF 사태로 끊긴 주니어국제대회가 3년 만에 국내에 부활하게 됐다. 주니어대회 5단계중 최하위인 5그룹에 속하지만 제 1회 이덕희배국제주니어테니스선수권은 호주, 일본, 필리핀, 홍콩 등 외국인선수 28명을 포함, 총 88명이 참가한 가운데 14일부터 일주일 동안 올림픽테니스코트에서 펼쳐진다.
주니어대회는 상금이 없지만 이번 대회 남녀단식 우승자가 한국인일 경우 1개 국제대회 출전 경비도 지원하기로 했다.
이씨가 6,000만원 이상의 사재를 쾌척한 이유는 현역 시절 뼈저리게 느꼈던 아쉬움도 한 몫했다. 26세때부터 국제무대로 눈을 돌린 그는 "좀 더 일찍 국제무대를 노크했더라면 훨씬 좋은 성적을 낳았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지난 해 이형택(25ㆍ삼성증권)의 활약을 지켜보면서 "솔직히 남자보다는 여자가 먼저 통할 줄 알았는데 너무 놀랐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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