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영화의 출발점은 호기심이다. 뒷집에 사는 사람이 궁금하고, 엄마의 비밀을 알고싶다. 자매인데 큰 이모는 왜 항상 노래하고 춤추며 즐겁고, 반대로 작은 이모는 왜 늘 까다롭고 엄격한지.어두운 방에 혼자 계시는 할아버지가 화난 얼굴만 하고 있는 이유는 뭔지. 형이 말하는 섹스는 왜 하며, 여자의 치마 속에는 무엇이 있는 걸까.
아이가 이런 의문을 하나하나 캐 나갈 때 벌어지는 해프닝과 엉뚱한 발상이 재미있고, 어른의 세계를 통해 아이가 그것을 이해하게 됐을 때 영화도 소년도 성큼 성장한 느낌이다.
즐겁든 애달프든 그때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고, 추억이며, 삶의 의미를 가르치는 교사가 된다.
스페인 영화 '내 마음의 비밀'(감독 몽소 아르멘다리)의 아홉살 난 소년 하비(안도니 에르부루)는 총기사고로 죽은 아빠가 예전에 쓰던 방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엄마, 자신을 너무나 귀여워하는 삼촌, 한밤중 엄마가 삼촌과 함께 있으면서 내는 신음소리, 이모집에 머물면서 두 이모 사이에 일어나는 감정대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싶다. 이웃집 누나를 만나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이유는 또 뭘까.
하비의 눈을 통해 드러나는 가족의 비밀과 아픔은 어른들조차 다 설명하지 못하지만 그들의 눈짓, 몸짓, 표정 속에서 아이는 용기와 사랑, 죄의식과 두려움을 배운다. 할리우드 영화 속의 아이들과 달리 하비가 아이다워서 더욱 좋다.
이대현 기자
leed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