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어떤 즐거움과 뜻밖의 무대가 기다리고 있을까. 자유분방한 춤꾼 안은미(38).그가 안무한 작품은 관객의 허를 찌르는 유쾌한 파격으로 시끌벅적한 화제를 낳곤 한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
오늘(12일)부터 15일까지 LG아트센터에 올라가는 그의 신작 '은하철도 000'도 진작부터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다.
그의 춤은 도발적이고 솔직하고 거침없다. 예쁘고 우아한 춤을 버렸다. 추함, 거칠음, 벗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미적인 허영심이나 사회적 금기, 폼 잡는 위선을 박살 낸다. 대신 들끓는 에너지와 예측불허의 상상력이 그의 작품을 채운다.
통쾌한 반란으로 장내를 뒤집어놓곤 한다. 무대장치, 의상, 소품, 진행, 음악 등 그의 작품은 모든 것이 별나다.
도대체 왜 그러냐는 질문에 그는 단순하지만 분명하게 답한다. "모든 것을 버릴 때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그래서 옷도 벗었다. 나는 지적인 게 싫다."
독특하기는 차림새로 먼저 알려졌다. 100m 밖에서도 알아볼 수 있다. 빡빡머리에 유치찬란한 총천연색 옷차림이 누가 봐도 튄다.
신기한 별종을 보는 듯한 남들의 시선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거꾸로 "뭐가 잘못됐냐"는 표정으로 마주 본다.
그런 파격은 객기가 아니다. 춤출 때 그는 꼭 신들린 무당 같다. 코미디 같고 동화 같은 그의 춤은 거친 듯 순수한 몸짓으로 관객을 감전시킨다.
그는 "이건 되고 저건 안되고 하는 식의 스스로 만든 틀에 갇혀 우리는 날개를 잃어버린다"고 지적한다.
92년, 나이 서른에 뒤늦게 미국으로 간 것은 좀 더 자유롭게 춤출 수 있는 자유를 찾아서였다. 온갖 예술적 실험이 난무하는 뉴욕에서 그는 "무대에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러자 금기는 사라지고 상상력은 커졌으며 작품은 놀라운 생기로 퍼덕이기 시작했다. 뉴욕 타임스는 그의 작품 '별이 빛나는 밤'을 "눈부신 상상력과 재치로 가득한, 마술 같은 환상을 주는 무대"라고 격찬했다.
98년 '무덤' 연작을 갖고 돌아온 그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다가 지난 연말 대구시립무용단장이 되면서 당분간 미국 활동은 접었다.
안은미는 "하고 싶은 대로 산다." 그의 삶은 체면이나 권위 같은 현실의 요구와 타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투적이다.
그러나, 그 자신은 전혀 비장하지 않다. 신나게, 솔직하게 놀 뿐이다. 그는 "자유는 방종이 아니라 자기 통제가 가능한 한도 내의 결정"이라고 정의한다. 자신에 대한 엄격함이 안은미식 춤과 삶을 지탱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말이다.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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