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해 주길 바라는 집안일은?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주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청소'가 단연 1순위로 꼽혔다.아무리 땀 흘려 쓸고 닦아도 쉽게 표가 나지 않는 청소. 가사노동에 이력이 난 주부들에게도 집안 청소는 언제나 귀찮고 버거운 일이다.
진공청소기는 주부들의 가사 부담을 덜어 주는 든든한 도우미. 아침마다 아픈 허리를 구부렸다 펴가며 빗자루에 걸레질을 하지 않아도 버튼 하나면 척척 청소를 해결해 준다. 그래서 요즘엔 웬만한 가정마다 한두 개씩은 갖추고 있는 생활필수품이 됐다.
새로 청소기를 구입한다면 어떤 제품을 고를까. 3월 초부터 한 달여 동안 품질평가 전문업체인 '베스트 인 코리아' 연구실에서 국ㆍ내외 7개 업체 12개 진공청소기 제품을 대상으로 성능 테스트를 실시했다.
일반 청소기와 휴대용 청소기 두 가지로 나누어 흡입력과 소음도, 사용 편의성, 외형적 특징 등을 조사했다.
테스트 결과 일반 청소기의 경우 삼성의 먼지따로 VC8685C 모델과 VC7200C 모델이 각 항목에서 가장 기능이 뛰어난 제품으로 평가됐다.
휴대용 청소기는 두원 DTV-9000과 LG V-H810C 제품이 최대 사용시간이나 흡입력, 사용 편의성이 우수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스웨덴의 Electrolux 일반 청소기는 소음은 조사 대상 제품 중 가장 적었지만 흡입력이 가장 떨어졌으며, 슬로베니아의 일반 청소기 FAKIR모델이나 일본 산요의 휴대용 청소기는 국산에 비해 흡입력이나 편의성 면에서 상대적으로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입력
진공청소기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은 먼지를 얼마나 잘 빨아들이냐는 것. 바둑알과 밀가루, 쌀 등 크기가 다른 재료를 빨아들이게 해서 제품마다 흡입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조사했다.
일반 청소기의 경우 미세먼지에 해당하는 밀가루를 흡입하는 능력은 삼성의 먼지 따로 VC8685C와 대우 RC5700이 가장 우수했고, 쌀(과자 부스러기)의 흡입력은 삼성의 먼지 따로 VC7200C, 산요 SC845 제품이 뛰어났다.
휴대용 청소기 중에는 두원 DTV-9000이 밀가루 흡입력이 가장 우수했고, 삼성 VCH40모델은 쌀 흡입력이 가장 뛰어났다.
바둑알처럼 부피가 있는 쓰레기는 LG V-H810C의 흡입력이 좋았다. 집진 용량이 가장 큰 제품은 두원의 DTV-9000제품(바둑알 138개)으로 나타났다.
■소음
진공청소기는 소리가 문제다. 이왕이면 소음도가 낮은 제품을 고르는 것이 최근의 구매 경향.
청소기의 배기구로부터 5cm 떨어진 곳에 측정기를 놓고 소음도를 재 보았다. 휴대용 청소기 중에는 크기가 작은 산요의 BUST BUNNYPC-7모델이 82데시빌로 소음도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반면 LG의 V-H810C는 93데시빌로 작동 중 가장 시끄러운 제품으로 조사됐다.
일반 청소기 중에는 흡입조절 버튼을 강으로 놓았을 때 스웨덴 Electrolux1943이 82데시빌로 가장 소음도가 낮았고 대우 RC5700 제품이 100데시빌로 가장 높았다.
흡입조절 버튼을 약으로 놓았을 때는 Electrolux1943과, FAKIR E100 electronic 제품이 각각 74데시빌로 소음이 낮게 나타났으며, 대우의 RC5700은 91데시빌로 가장 소음이 컸다.
■최대 사용시간
휴대용 청소기는 모두 충전식이기 때문에 사용시간이 제품 평가의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휴대용 청소기에 한해 최대 사용시간이 얼마인지 테스트했다.
완전 충전한 청소기의 작동 버튼을 누른 뒤 흡입구에 A4용지를 부착시켜서 떨어질 때까지의 시간을 측정했더니 가장 오랫동안 흡입력이 유지되는 제품은 두원의 DTV9000(24분 14초)으로 나타났고, 가장 빨리 꺼지는 제품은 대우의 RC220H(9분 40초)이었다.
나머지 제품들은 최대 사용시간이 14~19분 사이로 대동소이했다.
■사용 편의성과 외형적 특징
흡입 조절 버튼이나 전원 버튼이 손쉽게 작동되는지, 연결관을 쉽게 조정할 수 있는지, 보관이 편리한지, 필터의 사용 및 교환이 편리한지 등을 다각도로 검토한 결과 일반 청소기에서는 삼성의 먼지따로 모델들과 대우 RC5700이 최우수 제품으로 평가됐다. 휴대용 청소기 중에는 LG V-810, 대우 RC220H 제품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제품의 크기나 무게, 실용 버튼의 편의성, 제품 구입시 추가로 제공하는 흡입구의 종류 등 외형적 특징들을 비교해 본 결과 LG의 V-H301AT는 침구용 흡입구, 틈새형 흡입구, 회전용 흡입구 등 장소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흡입구가 많아 일반 청소기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구매매포인트
■소음도를 확인해 본다
진공청소기는 보통 20만~30만원 대. 적은 돈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흡입력.
그러나 흡입력이 뛰어나다고 무조건 좋은 제품은 아니다. 흡입력이 지나치게 높으면 그만큼 강력 모터를 사용하게 되므로 소음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대부분의 청소기 제품은 겉포장에 소음도를 표시하지 않고 있는데 구입시 진열해 놓은 제품을 한번쯤 작동시켜 보고 소음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한 뒤에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장관의 재질은 어떠한가
청소하는 사람이 느끼는 청소기의 무게(노동 강도)나 청소기의 디자인은 흡입구와 본체를 연결하는 연장관이 어떤 재질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재질마다 각기 장단점이 있으므로 가정의 상황에 맞는 재질을 잘 따져보고 고른다.
플라스틱은 가볍고 저렴하지만 부러질 염려가 있는데다 길이 조정이 안 되고, 스틸은 가장 튼튼하며 부러질 염려가 없지만 무거운 것이 단점. 알루미늄은 모양이 세련되고 가벼운 것이 장점이지만 찌그러질 염려가 있는 게 흠이다.
■배기 필터가 있나
진공청소기는 더러운 쓰레기를 빨아들여 먼지는 봉투에서 거르고 공기는 뒤로 배출하는 제품.
때문에 인체에 해로운 요소를 배출해 공기를 오염시킬 우려가 있다. 제품을 구입할 때는 반드시 배기구 쪽에 공기정화 필터가 있는지 확인한다.
●진공청소기 100% 활용하려면
진공청소기의 핵심 부품은 필터. 먼지진드기, 곰팡이 등 인체에 해로운 미세 먼지를 걸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시로 점검하고 교환해 줘야 기능을 100%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매일 아침 청소기와 씨름하는 전업주부라도 청소기 안에 있는 필터와 먼지주머니를 구분할 줄 아는 이는 드물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먼지만을 모아 놓는 먼지주머니는 자주 털어내거나 교환하지만 정작 중요한 필터는 손을 대지 않는다.
바람직한 필터 교환시기는 3개월 내지 4개월. 카페트와 커튼을 사용하거나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은 미세먼지의 밀도가 매우 높으므로 필터 교환이 잦을수록 좋다.
국내 시판 중인 진공청소기는 주로 뒷부분 배기구 쪽에 정전기 흡착식 필터를 달고 있다. 또 구형 모델 중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배기구 커버를 손으로 떼 내 손쉽게 필터를 교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교환용 필터는 청소기를 구입한 대리점이나 해당 업체 AS센터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진공청소기를 작동할 때는 처음엔 '최강'으로 하다가 어느 정도 먼지를 흡입한 뒤에는 강→중→약의 순으로 단계를 낮춰가면서 청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기를 낮추면 전력 소모도 줄일 수 있는 데다 소음도 낮아져 일석이조.
진공청소기를 사용하다 보면 먼지봉투가 차지 않았는데도 제대로 먼지를 빨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습한 공기로 인해 빨아들인 먼지나 머리카락 등이 뭉쳐 흡입구나 먼지봉투 입구를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이때는 나무젓가락 등을 이용해 뭉친 먼지를 깨끗이 제거한 뒤 사용한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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