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임동원(林東源) 통일부 장관과 중국 다이빙궈(戴秉國)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만남은 소강 상태인 남북관계의 활력을 찾는 중요한 길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특히 이번 만남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 추진을 위한 국제적 교두보로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관측은 정부측 공식 발표문에서 쉽게 유추된다.
통일부는 이날 "임 장관과 戴 부장은 한반도의 화해협력과 긴장완화의 흐름은 되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며, 현재 남북관계가 일시적인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으나 남북 정상회담 이후 마련된 전반적인 남북관계 발전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면담 결과를 발표했다.
대북포용정책을 지지하는 중국의 입장이 재확인된 것이다.
특히 발표문은 "임 장관은 중국 정부와 戴 부장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한데 대해 높이 평가했고, 戴 부장도 한반도 평화ㆍ안정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임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이는 당국 대화가 막힌 현 남북관계에 중국측의 긍정적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게 한다.
전문가들은 공식 발표문보다는 양국의 대북정책 핵심인물인 임 장관과 戴 부장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는 데 더 비중을 둔다.
戴 부장은 페리보고서 작성 전인 1999년 2월 임 장관이 국제적인 협조를 위해 방중할 당시 임 장관의 대화 파트너였으며, 김 국방위원장 방중 전에 북한측과 한반도 현안을 논의한 책임자다.
지난해 9월 방북해 김 국방위원장과 면담했던 그는 올 하반기 중 이뤄질 중국 최고지도자의 방북 때에도 상당한 역할을 맡을 게 틀림없다.
한 관측통은 "개인적 인연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의 만남에서 한반도 정세는 물론 중국측이 남북관계에 기여할 수 있는 갖가지 방안들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지난달 이뤄진 쩡칭홍(曾慶紅) 중국공산당 조직부장과 김 국방위원장의 면담 결과 등도 다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양측 모두 공개하기 어려운 긴한 얘기들이 오갔을 것이이라는 얘기다. 관측통들이 이번 만남을 '중국을 통한 남북당국의 간접 대화'로 규정하는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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